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 경색,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등록일 2022년11월09일 17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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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지난 2020년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진행을 위해 2,050억 원 상당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그러나 이번 해 레고랜드 개장 후 수입이 마땅치 않자 지난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이하 김 도지사)는 자산 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한 지급보증을 철회한단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우리나라 채권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급감하며 기업 및 국영 공사에 대한 채권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손종칠 우리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 경색에 대해 알아보자. 

 

Q1. 이번 레고랜드 사태의 발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조업 기반이 비교적 약했던 강원도는 관광 수익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으로 레고랜드 유치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레고랜드 건설이 지연되며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2020년 중반에 2,050억 원 규모의 2년 만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고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섰습니다. 레고랜드 개장 예정일이 지난해였기 때 문에 어음이 만기될 이번 해까지 레고랜드 운영 수익을 통해 해당 어음을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코로나바이 러스감염증-19의 재확산으로 개장일이 이번 해로 연기됐으며 개장 이후에도 레고랜드 수입이 충분치 않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Q2. 채권의 신용 등급 체계 및 등급 선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궁금합니다. 

채권의 신용 등급은 최상위 등급인 AAA부터 부도 가능성이 높은 등급으 로 분류되는 B 이하의 등급까지 다양한 층위로 존재합니다. 보통 BBB 등 급까진 원금과 이자 지급 능력이 양호한 투자 등급으로 분류되고 BB 이하 등급부턴 투기적인 요소가 들어가면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상환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 판단돼요. 보통 채권의 신용 등급이 낮아질수록 투자자 입장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더 높은 이자율이 붙게 되죠. 이번 사태에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인 강원도의 지급 보증이 더해졌기 때문에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기업어음이 일종의 공사채로서 A1이란 높은 신용 등급을 받을 수 있었어요. 

 

Q3. 김 도지사가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국내 경기가 침체되자 이를 철회한 상황입니다. 일반 공·사기업이 아닌 지자체의 회생 신청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이 궁금합니다. 

지난 9월 20일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기업어음 중 만기일이 다가온 412억 원에서 대해 자체 상환이 불가능하단 보고를 했습니다. 이어 김 도지사는 지난 9월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을 발표했어요. 기업회 생이란 상환해야 할 금액 중에서 85%는 해당 기업, 즉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주식으로 대신 갚고 나머지 15%만 여러 해에 걸쳐 기업이 자체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일반 기업의 질서 있는 회생을 돕는 취 지의 좋은 제도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기존의 채권자는 지자체인 강원도 의 지급보증을 신뢰했기에 약속돼있던 원금과 이자가 적정 가치를 가늠 할 수 없는 주식으로 전환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Q4. 김 도지사의 회생 신청 발표 이후 채권시장에 위기가 다가왔단 의견이 존재합니다. 전국적인 채권시장 경색에 큰 영향을 끼친 원인이 무엇인가요? 

금융시장은 차입자와 대여자 간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됩니다. 그러나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이러한 금융시장 내 신뢰 관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번져나갔어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최저 금리 수준에서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될 조짐이 보이며 국내 채권시장은 긴장감이 높아져 가고 있었죠. 이런 시기에 차입자와 대여자 간의 신뢰 훼손은 전국적인 채권시장의 경색 문제로 확산됩니다. 지난달 중하순부터 △국가철도공단△부산교통공사△인천교통공단 △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공사와 같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던 기존 공 기업의 회사채 발행까지 유찰되면서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Q5. 현 사태로 인해 사기업 및 국영 공사가 어떤 피해를 받고 있나요? 

국내 채권시장의 경색으로 인해 높은 신용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컸던 우량 기업의 채권 발행에도 이자율 상승 등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붙었어요. 이에 따라 향후 우량 기업에 속하는 공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보다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량 기업의 채권 발행 금리 상승에 따라 그 아래 등급인 민간 기업 등의 채권 발행 금리 또한 연쇄적으로 높아지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 성이 크죠. 특히 공기업 등 우량 기업이 보다 공격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경우엔 비우량 기업의 유동성이 더 빠르게 고갈되고 현재보다 높은 이 자율 등의 프리미엄이 추가적으로 붙을 수 있기에 자금조달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Q6. 레고랜드발 사태가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의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공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보다 더 큰 문제는 국채에 준 하는 신용도를 가지는 지방채 시장의 신뢰가 붕괴됐단 사실이에요. 지자체인 강원도에게 지급보증을 약속 받아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 금을 조달했던 채권자 입장에선 향후 정치적 상황이나 여러 경제 여건의 변화로 지급보증 약속이 하루아침에 무가치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죠. 이러한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국제 투자자 입장에서 국 내 채권시장에 대한 평가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를 의미하는 ‘CDS 프리미엄(Credit Default Swap premium)’이 크게 상승한 상태에요. CDS 프리미엄은 국가 신용도 를 알 수 있는 지표로 국가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그 국가의 CDS 프리미엄은 높아집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이번 해 11월 들어 70bp 내외를 기록해 19bp였던 지난해에 비해서 크게 상승한 상태죠. 

 

Q7. 지난 10월 정부에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50조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했습니다. 이 대책의 효용성 및 이 사태에 대한 다른 해결방안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2,050억 원은 우리나라 전체의 채권시장 규모나 한 해 예산 등을 고려 할 때 그렇게 큰 자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가 국내 채권시장 전반의 자금시장 경색으로 확산되자 결국 50조 원 이상의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규모의 유동성 공 급과 함께 강원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번 해 12월 15일까지 2,050억 원을 모두 상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최 근에도 △신용보증기금의 채권 일부 매각 불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20년 만기의 채권 발행 포기△흥국생명의 외화채권 발행 실패 등의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아직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모두 해소되진 않은 것으 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정책 금리 인상 등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엔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레고랜드발 사태와 같은 상황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먼저 금융시장 체계 를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적절히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엔 초저금리 시기에 계획된 다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개발 사업 중 미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질서 있게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등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별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이처럼 부실 사업에 대한 정리가 이뤄져야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지속적으로 채권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가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가치를 판단해 대출해주는 방식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에서 △매출 채권△부동산△ 회사채 따위의 자산을 담보로 해 발행하는 기업 어음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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