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해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이하 산 재)로 인한 사망사고 등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이정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중대재해 처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사업주나 경 영 책임자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중대재 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업무와 관계되는 건설물·설비 등에 의하거나 작업·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부상△사망△질병을 의미하죠. 중대한 산 재 및 시민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됐어요. 2017년 제20회 국회에서 노 회찬 정의당 의원이 최초로 입법 발의한 후 이번 해 1월 27일 처음 시행됐습니다.
Q1-1. 기존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따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업안전보건법은 업무상 질병이나 사고의 예방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는 법률입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선 산언안전보건법상의 산재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까지 중대재해의 범위에 포함했죠. 이로 인해 경영책 임자가 △관리·운영·지배하는 원료 및 제조물△공중교통수단△공중이용 시설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안전 및 보건 확보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 단 점이 특징이에요.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적용하고 사업주는 안전 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선 법인과는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죠. 따라서 경영책임자나 사업주 등은 안전확보 의무를 이 행하기 위해 조직 내에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어요.
Q2. 지난달 종합식품기업 ‘SPC’ 계열의 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며 중대재해처벌법에 이 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SPC 노동자 사망사건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달 15일 SPC 계열사인 SPL의 제빵공장에서 발생했던 20대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은 산업재해 이후 기업의 대처가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음 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이에 대한 사과나 배상 등을 미루며 사고 당일에도 사업장에서 영업 행위를 했을 뿐 아니라 사고가 난 기계로 만 든 제품을 판매했죠.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됐습니다.
Q3. 회사에 안전보건담당이사를 두고 대표이사를 대 신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게 하면 중대재해 발생 시 누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돼 처벌받나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 (이하 경영책임자)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 의됩니다.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란 내용은 비교적 명확한 반면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는 애매하죠.
이 구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인력△조직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가 형사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최고안전책 임자(CSO)를 내세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 현장에선 CEO의 안전보건 관련 발언이나 지시가 거의 없는 등 안전보건에 대해 CEO가 관 심을 두지 않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CEO가 이에 대해 언급을 하면 본인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지 기 때문이에요. 이 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없단 비판이 제기되 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4.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하청업체 근로자에 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원청업체인 본사 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및 제6조에 따르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중대재해 가 발생하면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관리△운영 △지배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죠. 그러나 파견의 경우엔 파견법상 파견사용자인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근로자를 지휘하거나 감독할 수 없어요.
Q5.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을 역차별한단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의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중대재해처벌은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이 대상이므로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산재의 발생률을 보면 대기업보단 5인 미만의 사 업장인 중소영세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죠. 따라서 중대채해처벌법이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중소영세기업이 아니라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단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요.
Q6. 영국은 ‘자율규제’ 원칙으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고자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정부가 직접 중대재해 감축에 관여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영국의 노사관계는 전통적으로 자율적 규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중대 재해의 경우에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노력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집단적 노사관계의 역사가 짧아 자율적 규제가 정착되지 못했죠. 노사 간 자율적인 규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형사적 처벌이나 감독행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Q7.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근로자△정부는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산업재해는 단순히 형량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어린이보호 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중처벌 등의 내용이 포함된 ‘민식이 법’의 사례처럼 형량을 높이면 일시적인 효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죠. 선진국 의 산업안전 관련 법률을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산재가 발생한 경우에 경영책임자를 무겁게 형사 처벌한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따라서 산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철저한 안전교육이 우선시돼야 합니 다. 특히 이러한 안전교육은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에 서도 볼 수 있듯이 산업 현장뿐 아니라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부터 일상 화해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 해 보입니다.
지명원 기자 04jimw@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