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다양한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지난 2021년과 지난해엔 각각 융합인재학부와 글로벌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됐다. 하지만 기존 학과 소속의 교내 구성원은 신설학과 설립으로 인해 신입생 및 전공 교수의 수가 줄어 피해를 입게 됐다. △우리학교 신설학과 현황△신설학과 설립이 기존 학과에 미치는 영향△우리학교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신설학과 현황
지난해 서울특별시 내 10개 대학교의 신설학과 인원선발 규모는 총 1,054명으로 이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해 306명 증가한 수치다. 전국 의 대학교가 신설학과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학생 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만들어 다수의 입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홍정기 한 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장은 “신설학과나 특성화 학과는 대학교들이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만든 학과들로 취업에 있어서도 비교 적 미래지향적이고 안전하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주최한 제9차 대학 기본역량진단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발표한 ‘대학 구조 개편 방안’에 의하면 다음 해부터 대학교 내에서 학과 통·폐합과 학과 신설에 대한 자체적인 결정이 가능해진다. 이전엔 대학교가 학과 통·폐합 및 신설을 실시하기 위해선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교원 유지 비율 등을 조절해야만 했다. 그러나 학과 통·폐합과 신설에 자율성이 부여됨에 따라 우리학교를 비롯한 전국 대학교의 신설학과 관련 업무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학과 신설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의 여파로 대학교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며 “최근 융복합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기존 학과들의 교육과정으로는 이에 부 응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학과 개편을 통해 학교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LD학부는 지난 2014년 42명의 정원으로 신설됐다. 또 하나의 신설학과인 LT학부는 지난 2015년에 총 16명의 입학 정원으로 설립됐다. 그리고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는 지난 2021년부터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융합인재학부를 설치했다. 지난해에 신설된 글로벌자유전공학부도 신입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학과 신설을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에 진행된 전체교수회의에서 우리학교는 ‘신설학부 구상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설캠엔 첨단기술을 다루는 학과를 설립하고 글캠엔 총 2개의 단과대학과 6개의 신설학과를 설립할 계획이다. 신설 논의 중인 단과대학은 글로벌문화산업대학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와 더불어 신설 예정인 글로벌관광학부 및 디지털콘텐츠학부가 포함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AI융 합대학을 설립해 산하에 AI데이터융합학부와 Finance & AI융합학부를 신설할 방침이다. 또한 공과대학에 반도체전자공학부와 기후변화 융합학부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계획 중인 신설학과의 신입생 선발 규모는 △글로벌관광학부 80명△디지털콘텐츠학부 80명△AI데이터 융합학부 50명△Finance & AI융합학부 50명△기후변화융합학부 50 명△반도체전자공학부 50명으로 파악됐다.
◆신설학과 설립이 기존 학과에 미치는 영향
신설학과 설치를 위해선 입학정원 및 전공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입학정원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한정된 수도권 대학교의 총 입학정원을 학교가 임의로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 법 제7조 제1항과 제18조에 의거해 수도권 지역 인구 과밀 현상을 막기 위한 입학정원 증원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는 기존 학과의 입학정원 감축 및 유사·중복학과(부) 폐과존치(이하 폐과존 치)를 통해 신설학과의 입학정원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에 따르면 최근 3개 년간 평균 결손 인원 범위 안에서 반도체 등의 첨단분야 학과 신설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학교 설캠은 교육부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98 명을 임시로 증원해 신설학과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2027학년 도까지 첨단분야 학과 신설로 증원된 학생을 포함한 학교의 전체 입학정원을 해당 학과가 신설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따라서 이후 사범대학을 개편할 당시 확보된 입학정원 30명과 더불어 △KFL 학과△LT학부△몽골어과를 제외한 전 학과별 입학 정원의 4.9%를 각출해 2027학년도까지 입학정원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학과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신설학과의 입 학정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LT학부와 융합인재학부 신설 당시에도 동일한 방법이 사용됐다. 지난 2015년 LT학부를 신설할 당시엔 △ LD학부 26명△영어대학 3명△경영학부 2명△일본언어문화학부 2명 △중국언어문화학부 2명의 입학정원을 각출해 신설학과의 입학정원을 확보했다. 지난 2021년에 신설된 융합인재학부의 경우 △영어통 번역학부 40명△이탈리아통번역학부 10명△중국어통번역학과 5명 △인문대학 4명과 더불어 폐과존치한 아랍어통번역학과의 입학정원 45명을 각출해 정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소수라 하더라도 학과 인원을 각출하는 사안은 해당 학과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다. 이현석(일본·일언문 22) 씨는 “신설학과 입학정원 확보를 위해 기존 학과의 정원이 줄어들수록 기존 학과의 교내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겨 신설학과 설립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에선 신설학과에 필요한 교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겸직 활용△겸임·초빙교원 활용△전임교원 신규 초빙△전임교원 재배치의 방식을 시행 할 예정이다. 우리학교의 신설학과 구상계획에 따 르면 앞으로 신규교원임용이 가능한 인원은 각 신설학과당 최대 2 명이다. 기존 학과 교수의 수는 평균 8명으로 이는 학교에서 계획 중 인 신설학과 신규교원임용 인원인 2명보다 4배 높은 수치다. 이는 신설학과를 설립할 시 기존 학과의 교원이 신설학과의 교원 업무까지 떠맡게 되거나 소속변경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신설 논의 중인 글로벌관광학부와 디지털콘텐츠학부는 지난 2021년 신설된 융합인재학부의 세부모듈과 유사·중복학과가 될 여지가 있어 기존 학과인 융합인재학부 교원의 겸임이나 소속변경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되는 실정이다. 기존 학과의 교원이 다른 학과로 발령 되거나 다른 학과의 교원 역할을 겸임하면 기존 학과 학생은 강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거나 강의 질 하락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교원의 입장에서도 기존보다 더 많은 강의를 준비해야 하기에 수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우리학교 학생 A 씨는 “학과 신설은 학교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기존 학과의 인적자원에 손을 대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신설학과를 설립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가 보완해야 할 점
우리학교가 신설학과 설립을 추진하게 되면 기존 학과 학생은 학과 입학정원 및 교직원 수가 줄어드는 피해를 입게된다. 이에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학과의 교수와 학생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 화하는 게 우선돼야 할 고려사항이다.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학생 대상 공청회 및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다”며 “이를 토대로 제도를 만들고 학교 규정에 반영해 기존 학과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우리학교가 신설학과 추진을 하는 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 문제다. 앞으로 글캠에 설립될 예정인 신설학과에 필요한 입학정원은 총 360명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추가 적인 폐과존치를 통해 상당한 입학정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에 진행된 학과 폐과존치 문제도 우리학교 학생의 반대에 부딪혔기에 학교의 추후 행보는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2021년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에서는 신설학과와 관련해 학생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희대 학생들은 설캠 경영대학에 빅데이터응용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학과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응용학문을 다루는 빅데이터응용 학과의 신설은 순수학문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둔 설캠의 존재 의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빅데이터응용학과가 기존 국제캠퍼스의 산업경영공학과 및 소프트웨어융합학과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교내 구성원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 희대 설캠엔 빅데이터응용학과가 설립됐다. 교직원과 학생의 반대의 견에도 불구하고 신설학과 설립을 강행한 것이다. 이렇듯 신설학과와 관련된 우려를 축소하기 위해선 앞으로 추가적으로 진행될 사안에 대해 교내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신설학과 설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존 학과 학생의 학습권 문제 역시 학교 측이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학과 신설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신설학과 설립엔 기존 학과의 피해가 수반되는 게 불가피하다. 때문에 신설학과 관련 사안은 학내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과 신설 논의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본 사안과 관련해 △교직 원△학교△학생이 자신의 이권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학교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다.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