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온 외대학보

등록일 2023년03월29일 00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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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이고 즐거웠던 10대 시절과 달리 내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고등 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재수를 했다. 그래서 두 번째 수능을 위해 1년을 통째로 쏟아부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몸과 마음의 지침도 무시할 순 없었다. 지난해 우리학교에 입학한 후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약속이 없으면 늦게까지 침대에 늘어져 있는 날이 많았고 친구들 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아 방 안에서 보냈던 시간이 많았다. 무기력증은 점점 심해져 도망치듯 1학기를 보내고 2학기엔 휴학까지 단행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어느새 겨울이 왔다. 겨울이 오니 마음은 더 좋지 않았다. 이때 만난 것이 외대학보다. 외대학보에 지원한 이유는 앞으로 몇 년은 더 다녀야 하는 학교이니 마음 붙일 곳을 찾고자 함이 컸다. 물론 내 꿈이 방송 기자이고 글쓰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었다. 

 

외대학보 생활의 시작은 분명 즐거웠고 큰 틀에서 봤을 때 내가 상상하던 생활 그대로였으나 세부적으론 조금 달랐다. 우선 내가 그동안 써왔던 글과 학보에서 추구하는 글이 달랐다. 내 글은 주로 에세이 대회 출품용이거나 심심풀이 소설 한조각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에세이나 소설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기보다는 그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낸다. 글쓴이는 막연한 아이디어를 던질 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체화할지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신문 기사는 그 자체로 힘이 있고 영향력이 있다. 에세이나 소설보다 더 직관적이고 사실적으로 현실을 투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힘은 내가 얻어낸 것이 아니라 집단의 이름을 걸고 영향력을 잠시 빌려오는 것이기에 글에 책임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난 외대학보의 영향력을 빌려 기사를 쓰기에 내 글을 더 신중히 검열해야 했다. 

 

문체의 차이도 컸다. 난 대화할 때 상대방의 모호한 답변을 답답해 하지만 정작 글을 쓸 때 미사여구를 많이 쓰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 읽던 소설들의 영향을 받아 내 문장은 매우 감상적이고 모호했다. 이런 내 문체는 외대학보에 들어와 더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체로 바뀌었다. 

 

주제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난 내가 속한 조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문제점을 찾아내는 성격이 아니다. 이에 우리학교에게 바라는 점이나 불만이 크게 없었고 기사 주제 선정에 어려움이 따랐다. 동료 기자들은 기획 기사 주제 정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회의날 멋진 주제들을 가져오는데 난 마땅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다른 분야의 기사로 방향을 틀곤 했다. 다행히 이번 1078호에선 평소 관심 있었던 교내 경비원의 복지에 대한 기획 기사를 작성하게 됐다. 취재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지만 이번 기사를 통해 내 주변의 것들을 조금 더 찬찬히 주의 깊게 살펴보는 좋은 습관이 든 것 같아 외대학보에게 감사하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와 스무 살, 스물한 살의 나 그리고 지금 스물두 살의 난 정말 다른 사람 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바뀌었다. 확실한 것은 방황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의 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했다. 여기엔 외대학보 사람들의 영향력도 크다. 일을 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다정한 사람들이다. 처음엔 마음 붙일 곳을 찾고 싶어 외대학보에 지원했지만 이젠 좋은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리학교 구성원이 편하고 유익한 학교 생활을 하는 데 내 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앞으로 더 좋은 기사를 쓰고 싶다. 내가 애정하는 외대학보 사람들과 함께 좋은 기사를 쓸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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