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안, 상호이해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등록일 2023년06월07일 00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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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설노동노합(이하 건설노조) 간부가 경찰의 표적 수사에 반발하며 분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건설노조가 추모 시위를 벌이자 일각에선 해당 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여당은 집시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노동계와 야당은 개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집시법 개정에 대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집시법 개정안이 떠오른 배경△집시법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양 권리 보호를 위한 노력에 대해 알아보자. 

 

◆집시법 개정안이 떠오른 배경 

집시법은 정치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 아래 적법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고 그 권리 보장과 공공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는 권리 집행 과정에서 다른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집행 과정에서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심지어 법 해석의 여지가 모호한 영역도 존재해 권리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집시법 내의 모호성을 가중시키는 조항은 집회 및 시위의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10조다. 집시법 제1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명확한 시간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해당 조항은 처음 집시법 제정 당시 명시된 상태를 유지 중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지난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2009년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헌법 제37조 제2항 기본권 제한에 관한 일반 헌법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서 제한의 최소성 기준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4년엔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생활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에 해당하기에 심야 12시 이전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이라며 한정위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집시법 제10조는 효력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2항에 따라 헌재의 결정 이후 법률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면 일정 기간 내에 법률을 개정하는 개선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법률은 입법 공백 상태가 된다. 현재 자정까지의 집회 및 시위 금지 여부에 대한 근거 규정은 입법 공백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남아 있다. 

 

최근 집시법을 둘러싼 논란도 제10조에 의거해 발생했다. 지난달 1일 노동절에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회동 씨가 경찰의 노동조합 표적 수사에 반발 해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건설노조는 이를 추모하며 현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전개했다. 노동조합원 1만 4,000여 명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서 노숙한 뒤 이튿날 서울지방고용청 앞 8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진행했다. 논란은 일부 노동조합원들이 인도에서 음주 및 노숙을 하며 집회를 벌여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112에 소음 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집회를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행태다”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은 다른 기본권과 충돌하는 집시법의 일정 법률을 개정해 불법성 심야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자 나섰다. 개정안의 내용은 △출퇴근 시간 및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 및 시위 금지△불법 행위 전력 단체에 대한 집회 및 시위 불허 △경찰 공권력 강화 방안 등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집시법 개정 내용에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해당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3일 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정권을 비판하고 대항하는 모든 행위를 가로막는 것이다”며 “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대응했다. 건설노조의 노숙 시위에 대한 불법 여부도 모호한 상황이다. 건설노조는 정해진 집회 시간이 종료되자 동일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 참여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집시법 제15조에 의하면 △관혼상제△추모제△축제 관련 집회는 제한 및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숙 자체에 대해서도 처벌 가능한 법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의 △거친 말이나 행동△대소변△침 등은 범칙금 부과 대상이나 인도를 차지한 노숙 행위는 관련 처벌 규정이 부재하다. 

 

◆집시법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 

여당이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집회와 시위가 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연간 집회 신고 건수는 접수기준 17만 1,911회로 지난 2018년 대비 2.1배 증가했다. 이처럼 집회 건 수가 증가하면서 현행 집시법이 집회의 자유는 보장할 수 있지만 시민의 불편은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불편을 겪는 분야는 소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령상 집회 소음 규제 조항들의 문제점과 입법적 개선 방안’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5%가 “집회 소음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급격하게 집회가 늘어난 용산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 장모씨는 “일정 수준을 넘어선 지나친 소음이나 교통 혼잡이 주를 이루는 집회가 난무하고 있어 일부 제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집시법 제24조에 따르면 1시간 동안 3번 이상 최고 소음도 기준을 초과하거나 10분간 연속 측정한 평균 소음도 기준을 넘을 경우 경찰은 소음 유지 명령 혹은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빼앗아 보관할 수 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등의 형 사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장에서의 법적용 문제점을 지적한다. 집시법 제24조는 명령 위반의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맞불집회’의 경우 양측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어렵고 집회 및 시위 참여 인원이 이동할 땐 측정이 거의 불가한 상황이다. 집시법상 집회 불가 장소의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우려도 존재 한다. 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2조에 따른 학교 주변 지역’의 집회는 금지된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집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의 집회 현장이 어린이집 앞까지 확대되면서 소음 피해가 이어졌지만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여당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와 시위 개최 계획을 신고할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집회 신고 단계에 제한하는 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고 단계에 서의 제한이 기존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적시하면서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0시부터 새벽까지는 제한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한을 하더라도 원칙적 허용과 예외적 제한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논의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허가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현행 집시법에 공공질서를 해하는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이 이미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집시법은 △집 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위협이 명백한 집회·시위의 금지(제5조)△모든 옥외집회의 48시간 전 신고(제6조)△질서유지선 설정(제13조)△심각한 소음 발생 시 확성기 사용 제한(제14조) 등으로 불법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박한희 공익 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폭행△협박△방화 등은 그대로 두면 정말 큰 생명과 안전의 위협이 있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다”며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법원 또한 불법 집회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일관된 판결을 내려왔다. 지난 2009년 경찰이 불법 시위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자 국가인권위원회도 주의 조처를 내리라 고 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법원의 판례가 존재하고 현행 집시법에 불법 집회를 제 한하는 방안이 이미 규정돼 있음에도 개정을 추진하는 건 경찰과 정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도 집시법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성명을 내고 “집시법 제10조가 13년 동안 개정되지 않은 것은 개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며 “야간 집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야당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집시법 개정 추진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다”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 평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에 발행된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보고 서는 집회를 방해물로 간주해 오로지 ‘법과 질서’에 따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집회에서의 혼란은 권리가 침해되지 않기 위해 용인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합법적인 권리인데 합법성을 따지는 잣대로 국내법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적법 집회 보장을 목표로 두는 집시법 개정을 비판했다. 

 

◆양 권리 보호를 위한 노력 

집시법 개정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는 분명 존재하나 노동조합의 강도 높은 파업 등 지나친 권리행사를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매년 반복되는 택배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가 총 64일 동안 총파업을 진행해 하루 평균 40만 건의 택배 운송 차질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이유로 두 번에 걸친 총파업을 벌였다. 한국경제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두 차례의 파업으로 한국 경제는 총 10조 4,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직장인 박모씨는 “집회의 자유 및 노동권을 볼모로 타인의 일상에 고통을 유발하는 불법을 상습적으로 행하는 노동조합은 폭력 조직과 다를 바 없다”며 “명분 없는 노동 조합은 더 이상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지난 2020년 윤재옥 원내대표(이하 윤 대표)가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을 야당과의 협상안으로 고려 중이다. 윤 대표의 집시법 개정안은 현재 여당이 논의 중인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이나 3년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외집회 금지 시간을 오전 0시부터 7시까지로 규정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과의 병합 가능성도 논의됐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등록된 집회 금지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문 21건 중 집회 금지가 정당하다는 판결은 4건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안에서 논의 중인 불법 전력 단체에 대한 제한 내용도 전무하다. 다만 교통 소통을 근거로 금지 처분을 받은 판결은 총 9건이었는데 그마저도 조건부로나마 집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박성배 변호사는 “지금 규정된 집시법을 토대로 현장에서의 법률 적용에 집중해 시위 참가자 및 일반시민에 대한 설득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집시법 관련 논의는 추가 개정보다 법률 해석 및 적용 차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함을 당부했다.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 최근 판결 추세인 만큼 여당이 추진하려는 집시법 개정이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소음과 점거 등 일부 시위에 서의 관행적인 악습들은 단계적인 합의를 통해 지양하거나 절충돼야 한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만큼 국민의 법감정 또한 주요한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신문은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집회와 표현 자유의 시민 기본권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일부의 집회 자유가 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권을 무차별 침해하면서까지 무한 보장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헌법에 보장된 시민 자유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집회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할 경우 양측 중 하나의 가치를 우선하기보다 각각의 가치를 양립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집시법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상호이해의 과정을 거쳐 원만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한 비 기자 04hanb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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