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협의체 창설, 협력의 새로운 시대 개막

등록일 2023년08월30일 15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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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은 각국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 서 열린 한·미·일 안보 협력체 구상이 본격적으로 공식화됐음을 선언했다. 이번 협력은 한· 일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이하 동북아) 평화를 이룩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국제적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거듭나기 위해 추진됐다. 한·미·일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국 관계의 정례화가 과연 안정적으로 정착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만해협 의 긴장△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북한의 핵전력 고도화 등 3국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양론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진아 우리학교 LD학부 교수를 만나 한·미·일 안보 협의 체에 담긴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Q1. 미국은 우리나라 국제 외교에서 빠질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최근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의 동맹 시스템은 유럽과는 달리 집단 안보가 아니라 여러 개의 양자 동맹이 미국을 중심으로 묶여있는 바퀴살(hub-and-spoke)동맹*의 형태를 띠죠. 이중 한·미와 미·일 동맹이 공동의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경우 한·일 협력의 축이 작동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돼요. 특히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가하면서 미국은 아시아 내 동맹을 한 데 묶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전망합니다. 이는 미국이 지금을 한·일 관계 개선이 더욱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하는 이유입니다. 

 

Q2. 한·미·일 협력체 창설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 가속화 움직임에 이어 지속적인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는 데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국제사회는 최근 동북아에서 한·미·일 남방협력과 북·중·러 북방협력의 양극화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두 그룹 안에선 서로 끌어들이는 상호작용과 서로 밀어내는 상호작용이 동시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일어나고 있죠.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배경도 지난 7.27 전승절을 기념으로 러시아와 중국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중· 러 밀착 행보가 가속화되는 데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어요. 군사‧외 교적으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은 양극화 상황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려 해요.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기회로 삼고 있죠.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논의에 적극 반대하고 있기에 북한은 안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에요. 따라서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한 이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Q3. 현재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돼온 한반도의 지정 학적 이해관계와 군사작전 환경을 고려할 때 한· 미·일 안보협력은 미국을 향한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한·미·일 삼각 협력에 대한 △러시아△북한△중국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 북·중·러 각국의 반응은 마치 사전에 조율한 듯 유사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대결적인 성격을 띤 합의이며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표했죠. 중국은 한·미·일 협력에 대해 주변국 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고 진영대결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해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언급했어요. 북한은 더 나아가 한·미·일 협력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미·일 정상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정보공유 및 연합연습 강화를 논의한 만큼 북한의 지역 정세 인식도 적대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일이 △대잠수함 연합연습△대응△미사일 경보 등을 정례화하기로 한 만큼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 연습이 잦아지면 북한의 대응 행동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 됩니다. 

 

Q4. 한·미·일 삼국이 상호 양자에서 다자관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정립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삼국의 공동 지향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과거 미·일 동맹의 협력 범위가 중국을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로 다소 포괄적이었던 반면 한·미 동맹의 주요 의제는 북한과 한반도 방어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 및 발전시키고 있어요. 세 나라의 전략이 긴밀하게 조율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만큼 협력의 범위와 폭을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한 것이죠.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칙은 공동의 가치와 국제규범에 기반한 협력입니다. 즉 기존 질서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이나 국제법 위반 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죠. 이에 의하면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및 경제적 강압 행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중국의 남중국해 등이 공동 대응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지역 및 세계적인 안보 문제에 우리나라가 관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Q5. 한·미·일이 ‘동북아판 쿼드(QUAD)’라 불리는 안보 협력체 형성을 추진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일각에서 사용하는 ‘동북아판 쿼드’는 아직은 부적절한 용어입니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쿼드에 비교하지 않아요. 쿼드는 △미국△인도△ 일본△호주 4개의 국가가 지난 2004년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해 만든 협의체입니다. 내용적으로도 △기후변화△보건△인도주의 지원△인프라 투자△재난구호 등 인간안보와 관련된 협력 논의를 주로 다루죠. 무엇보다 쿼드에 참여하는 국가들도 안보 위협이 되는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서로 일치된 입장을 견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도는 미국의 군사동맹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쿼드를 통한 안보협력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해요. 미국은 쿼드와는 별도로 한·미와 미·일 동맹을 동북아 지역 성격에 맞는 협력체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거죠. 

 

Q6. 한·미·일 안보 협의체는 인공지능과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 이러한 부분이 부각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요? 

한·미·일 고위급 사이버안보 논의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 이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간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이 가상자산을 불법 탈취하고 자금세탁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금을 만드는 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주의보를 게시하고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해왔어요. 한·미· 일 간에도 가상화폐 탈취를 비롯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공동으 로 대응하기 위한 긴밀한 정보공유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사이버 대응 협의체를 신설하게 된 겁니다. 또한 한·미·일 협력의 핵심과제인 첨단기술분야 협력엔 인공지능 분야도 포함돼요. 현재 AI의 군사적 응용 문제를 두고서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AI 기술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한 상황이죠. 그러나 만약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러한 규제의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에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AI 윤리원칙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는 등 국제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Q7. 커트 캠벨(Kurt Michael Campbell)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 16일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Think Tank Brookings)연구소와의 대담에서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3국 관계를 구속하는 야심찬 일련의 행보를 보게 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일 안보 협의체의 제도화·정례 화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최근 미국이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불안감은 한·일 관계 개선과 이로 인한 한·미·일 협력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 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향후 한·일 관계가 다시 후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죠. 이에 따라 제도화가 불러올 경로의존성 (path-dependency)**을 기대하며 한·미·일 협의체를 정례화하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기조를 향후 각 3국의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큰 변화가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한·미·일 군사 훈련을 정례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미 지난 4월에 열렸던 3자 국방 대화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 정례화에 합의했고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이를 각국 정상 수준에서 재확인한 것이죠. 

 

Q8. 정부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평화번영 구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보협력엔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즉 동맹을 강화하면 원하지 않는 타국의 분쟁에 연루될 우려가 커지고 동맹이 약화되면 자국에 중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방기될 우려가 커집니다. 따라서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처럼 한반도와 아시아에 긴장 수위가 높고 국제사회가 북·중·러 안보협력을 견제하는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에선 동맹 강화가 우선시되게 되죠. 그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 체계에서 ‘약한 고리’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아온 만큼 반대 진영이 그 ‘약한 고리’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평상시 협력 대화와 훈련을 통해 위기 대응 능력 및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게 되면 위기시 보다 신속하고 수월하게 다자 지원 을 얻을 수 있기에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바퀴살 동맹(hub-and-spoke): 미국이 △일본△태국△필리핀△한국△호주와 체결하고 있는 5개 동맹. 탈냉전기에 개별 동맹의 다자주의적 연계와 동맹국의 특정 위협에 대한 역할 증대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로 구성됐다.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 과거에 만들어진 △구조△규격△제도 등 한번 일정한 제품이나 관행에 익숙해져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비효율적으 로 되더라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

 

 

성민욱 기자 07minwoo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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