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25호 심층기사에선 족보 공유 및 매매로 인한 문제를 다뤘다. 한편 이번 학기 개강 이후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40여 개가 넘는 족보 관련 글이 게시됐다. 족보로 인한 공정성과 저작권 문제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족보의 문제점과 족보의 현 상황에 대해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족보의 문제점
족보란 다년간 누적된 수업 자료나 시험 문제를 일컫는 은어다. 이번 학기 개강 이후 에타에 게재된 족보 관련 게시물은 40여 개가 넘는다. 족보의 문제점으론 크게 공정성과 저작권 문제가 존재한다. 우선 족보를 입수한 학생의 경우 시험 문제의 유형과 형식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기에 공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 족보 유무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성적 평가의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저작권 문제도 심각한 사안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4조는 △강연△ 논문△소설△시 등의 어문저작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시점부터 발생하는 권리이기에 시험 문제에 대한 무단 복제 및 배포 역시 저작권법에 의해 규제된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은 저작물 공유 및 유포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출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기출문제 유포는 위법 행위에 해당 할 수 있다. 더불어 저작권법 제30조에 의하면 타인의 저작물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유하거나 유료로 자료를 판매하는 행위를 위법 행위로 규정한다. 또한 저작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와 2차적 저작물 제작의 방법으로 침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세희 법무법인 율화 변호사는 “상습적으로 족보 거래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학생 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족보의 공급책은 대부분 학생이다. 실제로 우리학교 에타엔 시험 유형과 문제를 공개하면 이를 커뮤니티 상의 포인트로 전환해 주는 게시판도 존재한다. 자신이 응시한 시험 문제 자료를 활용해서 금전과 같은 수단으로 전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게시판에 ‘족보 판매 합니다’란 제목으로 게시물을 게재해 직접 족보를 판매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족보 매매 상황으로 인해 사기 피해를 경험 하는 학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족보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거래에 응했으나 다른 과목의 족보를 받는 등 사기를 당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험기간이 되면 이와 같은 족보 사기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사기를 당하더라도 족보 거래 자체가 불법이기에 신고하기 어려워 피해가 가중되는 실정이다.
◆우리학교의 족보 실태
지난 기사에선 △경제학과 족보 사건△교수 인터뷰△족보 논란의 다른 사례△족보의 문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경제학과 족보 사건을 시작으로 족보로 인한 문제가 번졌고 이는 에타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이후에도 변함없이 족보에 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다.
족보 거래가 성행하는 원인 중 하나는 교수가 동일한 과목을 담당하게 될 경우 기존의 기출문제와 유사한 유형으로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나 기조는 교수의 재량 범위에 속하기에 유사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족보 양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족보를 매매한 학생들에 대한 처벌 역시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학사 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아직까지 족보 거래 및 이용 학생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 대학과 해외 대학의 사례가 주목 받는다. 박덕영 연세대학교 교수는 “족보 문제의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시험 직전 학기의 기출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족보로 인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고 답했다. 해외 대학의 경우 △도쿄대학교△런던정치경제대학교△호주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등은 학교 측에서 기출 문제를 직접 공유하고 있다. 기출문제를 공유할 경우 학생들이 족보를 구입할 원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불법적인 족보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가 직접 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교수들 또한 매년 문제 유형을 다양화해서 비슷한 문제가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똑같은 유형의 시험 방식이 사라진다면 학생들 또한 족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용이 줄어들 것이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시험지상에 저작권 엄수를 강조하는 문구를 넣는 등 법적 처벌의 위험성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추석연휴 이후 다가올 중간고사 시험기간엔에 족보 매매가 더욱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족보 매매 문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 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윤 기자 07ji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