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TV 수신료’를 명목으로 전기요금 청구서에 일괄적으로 포함돼 징수됐던 수신료가 분리됐다.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별도로 분리해 납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안이 의결된 후 TV가 없는 가정엔 수신료에 대한 환불을 진행하고 별도 신청을 통해 국민들의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수신료 분리 징수에 관해 최우정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만나 자세히 알아보자.
Q1. 수신료 분리징수란 무엇인가요?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운영재원으로 사용되는 기금으로 TV 수상기를 보유한 사람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금이에요. 지난 7월 5일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까진 방송법 제67조에 근거해 방송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기사용료 납부 고지서에 함께 기재해 징수하는 소위 병합징수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죠. 그러나 정부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은 자가 자신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징수할 수 없도록 규정 하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를 도입했어요. 수탁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징수행위와 수신료의 결합을 금지하고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하도록 하는 것이 분리징수의 골자입니다.
Q2.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가 도입된 역사가 궁금합니다.
초기엔 KBS가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지난 1994년 부터 현재까지 한전에 위탁해 징수하고 있죠. 그동안 한전은 수신료를 자사의 전기사용료 고지서에 함께 고지해 병합징수해 왔어요. △직접징수△병합징수△분리징수 순으로 징수 방식이 변화했습니다. 그러다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분리징수 제도를 도입했죠. 즉 우리나라의 경우 분리징수 제도는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Q3. 현재 수신료 분리징수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경우 방송수신료의 징수액이 병합징수체제보다 줄어들어 공영방송의 재정적인 기반을 약화시키고 공영방송의 본질적인 역할과 기능 수행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은 △국가△ 기업△정부△정당△사회단체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성을 갖춰 운영돼야 방송의 객관성과 실질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 예로 EBS도 수신료의 지원을 받고 있죠. 만약 분리징수를 통해 재원상태가 악화된다면 이는 정부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셈이 됩니다. 즉 물적 독립을 통한 방송의 자유를 주장하는 공영방송사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그 이외에도 이번 개정은 여러 법적 쟁점을 안고 있어요.
Q4. 김의철 KBS 사장(이하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의 결과 수신료 분리징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KBS 이사회의 김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사유로는 표면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이에요. 그런데 이 해임제청 사유엔 모순점이 있죠. 분리징수 제도를 시행하면 KBS의 수신료 징수액이 줄어들어 프로그램 △ 기획△제작△편성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어요. 따라서 김 사장은 수신료를 확실하게 징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재의 병합징수를 고수한 것이죠. 그러므로 이러한 사유에 근거한 해임은 오히려 이사회가 KBS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국 김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사유에 해당하는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는 해임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요.
Q4-1. KBS의 주요 수익원이 수신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BS의 재무 구조 현황은 어떠한가요?
세계 각국 공영방송의 주된 재원은 수신료예요. △독일△영국△오스트 리아 등의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제1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수신료 수입이 전체 재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KBS의 경우는 지난 20여년 동안 수신료 인상이 동결되며현재는 △수신료 45%△순수 자체수입 54%△정부보조금 1%로 재무구조가 구성돼 있어요. 이중 순수 자체수입은 방송광고를 주된 재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상 현재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재원구조는 비정상적인 것이죠.
Q5. 수신료 분리징수의 필요성과 예상되는 문제점은 각각 무엇인가요?
정부가 분리징수를 도입한 취지는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하게 알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어요. 그러나 이미 전기사용료 납부고지서에 수신료를 명백히 별도의 항목으로 고지하기에 정부가 내세운 분리징수의 근거는 설득력이 약하고 특별히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없다고 판단됩니다. 공영방송사의 운영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수신료 분리징수에는 많은 법적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이번에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입법목적이 부당하다는 점△상위법인 법률에서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정한다는 측면에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점△징수수 탁자의 고유업무와의 병합징수를 금지하지만 ‘고유 업무’가 무엇인지가 분명확하다는 점 △징수수탁자가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얻게 되는 수수료 이익을 박탈해 사업자의 직업행사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성의 소지가 높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Q6.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분리징수에 대한 한전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죠. 다만 징수를 수탁한 한전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행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 자유권의 내용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가지는데 이 분리징수는 KBS와 한 전 간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어요. 특히 이 시행령으로 인해 방송수신료 징수비용이 현실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전에 대한 직업행사의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큽니다.
Q7.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KBS의 입장은 어떤가요?
KBS는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엔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Q8. 수신료 분리징수를 함으로써 소비자가 얻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수신료는 방송법에 근거해 TV수상기를 소유한 국민이 납부해야만 하는 의무로서의 특별부담금입니다. 만약 납부하지 않으면 지체에 따라 가산 금이 부과되는 일종의 준조세와 비슷한 성격을 갖죠. 정부가 밝히는 수신료 분리징수의 목적인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하게 알고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주장은 기존의 병합징수체제에서도 달성 가능한 것이기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칫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초래해 수신료와 관련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Q9. 수신료 분리징수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 시나요?
수신료 분리징수를 실시하면 운영재원 확보가 어려워져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국민들이 획일적이고 단일화된 정보만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다원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다양한 인격발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KBS의 재원결정이 정부에 의해 이뤄지게 돼 공영방송이 정부의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정부정책의 홍보기관 역할만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폐해는 결국 우리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할 수도 있죠. 현재 KBS는 헌법재판소에 분리징수를 강제하는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 문제의 귀추가 결정될 것입니다. 분리징수에 얽힌 많은 법적 문제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존의 입장을 급격하게 선회하지 않는 한 분리징수 제도는 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