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학교(Universitatea din București)에서 공부했다. 신입생 때부터 책과 강의 시간에만 보던 루마니아를 직접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운좋게 7+1 파견학생 프로그램에 선발 돼 루마니아에 방문할 수 있었다. 7+1 파견학생 프로그램으로 간 루마니아엔 이아시 (Iași)와 부쿠레슈티(București)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난 다른 도시들도 여행하고 싶었기에 수도인 부쿠레슈티를 선택했다.
학업적으로 전공어 실력을 키울 목적도 있었지만 루마니아의 문화적인 부분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갈 수 있는 한 많은 루마니아 지역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로 돌아오기 전 수많은 루마니아 도시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바이아 마레(Baia Mare)△브라쇼브(Brașov)△시나이아(Sinaia)△시비우 (Sibiu)△콘스탄차(Constanţa)△클루지나포카(Cluj-Napoca)△툴체아(Tulcea) 등의 도시들을 방문했는데 특히 마라무레쉬(Maramureș) 지역과 툴체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라무레쉬는 루마니아의 북부 지역으로 루마니아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11시간의 야간 기차를 타고 마라무레쉬의 바이아 마레에 도착했다. 그곳은 건물들로 가득했던 부쿠레슈티와 다르게 시골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때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고 부활절 기간 동안엔 버스나 택시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 시게투(Sighetu)지 역에선 짐을 풀고 여유롭게 도시를 걸어 다니기도 했다. 닭들을 풀어놓고 기르는 모습이 신기해 구경하던 도중 누군가 담벼락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루마니아 어를 어떻게든 사용해 보고 싶어서 용기 내 말을 걸었다. 몸짓을 섞어가며 서툰 루마니아어로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그의 가족이 나를 무척 환영해 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종류의 햄△루마니아 전통주인 뻘링꺼(Pălincă)△와인△치즈로 성대한 대접을 받았다.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루마니아식 환대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예산을 루마니아에서 사용했기에 다른 유럽 국가는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루마니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기에 충분히 만족한다. 여행은 주로 혼자 다녔지만 루마니아 생활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많은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한 학기의 루마니아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떠나보는 유럽과 장기간의 해외 체류였기에 두려움이 많았고 치안과 인종차별 등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었고 루마니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우리나라보다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생활면에서 속도가 느리다 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바쁜 경쟁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며 그 덕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온 뒤 △루마니아어△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를 구사할 때 자신 감이 붙었고 전보다 실력이 향상됐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커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동안 우리나라를 떠나서 그런지 전통적인 것들의 소중함도 배웠다. 전공어와 전공 국가의 문화를 사랑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그 나라에서 거주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많은 것들도 배워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승헌(서유럽•루마니아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