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이번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욘 포세(Jon Fosse)의 작품이다. 욘 포세는 노르웨이(Norway) 출신의 극작가로 간결하고 압축된 문체로 인간의 근원과 본질에 대해 파고드는 데 집중한다. 또한 그는 문장 속에 운율을 가미해 음악이 흘러가듯 작품을 전개한다. 그의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보편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진실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노벨 위원회 또한 욘포세의 글이 친밀한 소재를 통해 깊은 감정을 다룬다며 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의 1장은 노르웨이 작은 해안마을의 한 살림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부 ‘올라이’와 그의 아내 ‘마르타’ 사이에서 ‘요한네스’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요한네스의 출생을 두고 그의 가 족들이 기뻐하는 순간을 끝으로 1장은 막을 내린다. 이후 2장에선 요한네스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아내인 ‘에르나’가 죽고 난 후 요한네스는 혼자 단조로운 삶을 연명한다. 요한네스
는 에르나와 7명의 자녀들과 함께한 추억과 오랜 절친이었던 ‘페테르’와 교분을 나누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 밖에도 그동안 맺은 다양한 관계에 대해 회상하며 삶을 반추한다. 그러던 중 요한네스는 죽은 페테르와 에르나를 만나게 돼 담소를 나누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대화는 죽은 자들의 대화였으며 페테르는 요한네스가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결국 요한네스가 페테르를 따라 훗날의 여정을 기약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작품에서 △동일어의 반복△대화 사이의 침묵△마침표 없이 쉼표로 이어진 문장들△어눌한 구어체로 글의 근간을 이룬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작가는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미사여구 없이 담담한 문체로 서술한다. 탄생과 죽음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 끝을 따라가다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또한 단순히 텍스트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잦은 쉼표와 띄어쓰기로 문장의 운율을 살려 독자가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끔 한다. 마침표 없이 쉼표로 이어진 이야기는 태어난 후 죽음에 도달해도 삶의 여정이 아직 끝난 게 아님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쉼표의 사용은 해석의 여지를 확장시켜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인생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삶△이별△외로움△자유△죽음의 진정한 의미와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전달한다. 특히 새 생명의 탄생에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이 죽음을 맞이하는 요한네스의 슬픔과 대조되는 대목은 반복되는 탄생과 죽음 속에서 인생의 한순간에 매몰돼 있는 게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삶과 죽음에 있어 마땅한 답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삶의 순리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려는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정연아 기자 06znch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