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아기로 태어난 후 성장하며 서서히 늙어간다. 이는 인생에 있어 불변의 진리다. 죽음을 거스를 수 없을뿐더러 나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끊임없이 젊음을 갈망하지만 결코 젊음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러한 부동의 진리를 깨뜨린 이가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F.Scott Fitzgerald)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로 죽는 거꾸로 된 삶을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Benjamin Button)의 이야기를 묘사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그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며 담배도 피운다. 작중 에서 모든 이들은 갓 태어난 그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이다. 그래도 벤자민의 아버지인 로저 버튼(Roser Button)은 그를 버리지 않고 키우기로 결정한다.
그는 성장할수록 미세하게 젊어진다. 18살의 나이에 50대의 얼굴을 한 탓에 그는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 합격했음에도 노인이 장난치는 것이라 오해를 받고 대학을 다닐 수 없었다. 또한 일반 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이후 힐더가드 몽크리프(Hildegarde Moncrief)라는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지만 벤자민은 점점 젊어지는 반면 그녀는 자연스레 늙어간다. 그의 아들인 로스코(Rosco)는 어려지는 벤자민에게 자신을 삼촌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벤자민의 삶은 그가 태어났을 때처럼 가족에게 소외와 경멸을 받으며 끝난다.
인생에서 시간은 끊임없는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흘러간다. 불변의 진리를 거스르고 태어난 벤자민은 태어난 순간과 죽는 순간 모두 환대받지 못한다. 노인으로 태어나고 아이로 삶을 마감하는 현실이 누군가에겐 우상일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절망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의 “이 세상에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회피하기만 할 뿐 이에 대해 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젊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어쩌면 작가는 벤자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언젠가 죽기에 허무한 존재가 아니다. 죽을 수 있기에 한 번의 삶을 빛나게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인생 앞에 인간의 본질과 가족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깨달을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삶의 끝이 다가왔을 때 ‘벌써?’라고 답하는 게 아닌 ‘안녕’이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