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은 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 (Françoise Sagan)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18 세란 어린 나이에 비평가상을 받아 이후 프랑스 문학계의 대표 작가로 거듭난다. 특히 남녀 간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심리나 감정을 담담한 필체를 통해 섬세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은 세실(Cécille)이란 여자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몽(Raymond)은 아내가 사망한 후 6개월마다 애인을 바꾸며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레몽이 엘자(Elsa)라는 애인과 교제를 시작한 후 세실과 함께 지중해의 한 별장으로 휴가를 가게 된다. 이때 세실의 어머니와 오랜 친구였던 안(Anne)이 별장에 방문하며 엘자는 레몽을 안에게 뺏길지도 모른단 불안감을 느낀다. 동시에 세실은 자신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안에게 불만을 품는다. 특히 세실이 휴양지에서 만난 시릴(Cyrille)과 교제 하는 것을 두고 연애에 대한 둘의 가치관이 대립돼 갈등이 유발된다.
이후 다 함께 참석한 무도회에서 레몽과 안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세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자는 레몽을 떠났고 예비 엄마가 된 안은 세실의 생활에 더욱 관여하며 갈등은 극에 달한다. 안과 가족이 된다면 자유롭게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세실은 안과 레몽의 관계를 갈라놓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시릴과 엘자의 연인 연기로 질투심을 느낀 레몽은 엘자를 만나 입맞춤을 한다. 이를 목격한 안은 충격을 받아 별장을 떠나고 도망치듯 차를 운전하던 안은 결국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한 달간의 우울한 시간을 보낸 세실은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후 가끔 안과의 추억이 떠오를 때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평범한 사랑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 게 행동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져준다. 모든 것을 가볍게 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세실이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하는 안을 만났을 때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 했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 람이 자신의 울타리 내에 들어오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종종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 인간은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두가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가치관을 형성하기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을 차이가 아닌 다름이라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의 가치관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