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전폭 해제 조치, 향후 전망은

등록일 2024년03월13일 17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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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윤석열 우리나라 대통령(이하 윤 대통령)은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그린벨트(Green Belt)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역대 최대 규모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추가로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 조치로 인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했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의 각종 도시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해당 조치가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그린벨트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정책이 갖는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최승필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자세히 알아보자.

 

Q1. 그린벨트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정의와 규제 현황이 궁금합니다.

그린벨트는 본래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에서 기원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그린벨트라고 부르는 것은 개발제한구역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를 빌어 정의해보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과 국방부 장관의 요청으로 보안상 도시개발의 제한이 필요해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즉 녹지확보라는 그린벨트의 본래 목적과 보안상 필요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이 혼재된 개념으로 이러한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현재 3,793km2에 달합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근거해 지정됩니다. 법률 제2조 제6호에 따르면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 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구역으로 통제구역과 제한구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 규모는 8,240km2 정도입니다.

 

Q2. 그린벨트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려는 배경 및 원인 그리고 정책적 의미가 궁금합니다.

그린벨트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 혹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의 행사에 큰 제약이 따릅니다. 본인 소유의 부동산도 마음대로 집을 짓거나 경작을 할 수 없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 이 제약을 감수해야 합니다. 과도하게 넓은 범위로 설정된 제한구역은 재산권의 침해 정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도시의 주택수요가 증가해 주택을 새로 공급해야 하는 경우 또는 산업단지의 입지가 필요한 경우 등 주로 공공적 목적으로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개발을 통해 주택 및 산업시설을 공급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 다. 아마도 수도권의 해제는 주로 주택공급이 목적일 것이고 지방의 공급은 산업단지를 포함한 시설의 공급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Q3.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인구 유입 등의 기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그린벨트나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되면 지역 현안 사업 수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문화· 체육시설△주택단지의 건설△첨단산업단지 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 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cluster) 등 첨단산업단지로 활용이 되는 경우 라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 기반제공과 인구 유입 등 그 긍정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죠.

 

Q4. 이번 조치엔 환경 보존 가치가 높아 그린벨트 해제가 전면 금지됐던 환경평가 1등급지와 2등급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1·2등급지의 규제 완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개발제한구역은 환경평가를 실시해 5개로 등급화합니다. 등급평가의 항목은 △경사도△농업적성도△수질△식물상△임업 적성도△표고 등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평가해 1등급에 가까울수록 보전 가치가 높다고 판단합니다. 원칙적으로 평가등급이 1등급 또는 2등급인 지역은 개발사업이 이루어질 수 없지만 불가피하게 개발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그 원형을 보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2등급지에 대한 개발은 자연환경의 훼손이라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 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선 개발 제한의 해제 여부를 면밀하게 판단해야 하며 개발 시에도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도 국가나 지자체의 전략사업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1·2등급지의 해제를 의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5. 지난 2003년에도 7개의 중소도시의 그린벨트를 전면적으로 해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 간의 유사점 및 차이점이 있나요?

2003년의 경우 7개 중소도시권(△전주권△제주권△진주권△여수권△ 청주권△춘천권△통영권) 1,103.1㎢가 해제됐습니다. 당시 목적은 토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지금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규모 면에서 이번 해제 규모는 2428㎢ 정도로 알려져 2003년보다 두 배 정도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Q6. 그린벨트뿐만 아니라 농지 규제 또한 대거 완화하겠다는 정책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된다면 경지면적의 감소 폭이 커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약 151만 헥타르(ha)로 논과 밭의 비중은 반반 정도입니다. 경지면적은 지속적으로 조금씩 감소해 온 반면 그린벨트 해제가 맞물린 경우 큰 폭으로 감소했죠. 2015년 그린벨트 해제가 발표된 후 이듬해 경지면적이 당시 기준 20년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경지면적의 감소에 대해서는 △농산물 가격△농업 기술의 고도화△안보적 측면에서 식량의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농림수산축산부와 국토 교통부 간 상호 검토를 기반으로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 또한 필요합니다.

 

Q7. 그린벨트 규제의 해제를 꾸준히 요구했던 지역이 이번 해제 대상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달 말에 정책이 발표돼 아직까지 해당 지역의 반응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던 지역의 경우 새로운 활용의 기회가 생겼기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이번 조치는 매우 어려운 지방 경제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단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8. 이번 조치가 전국 토지 가격의 상승을 야기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개발 제한이 해제되면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인가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원도심과의 거리△해제지역 내 입지시설 등에 따라 크게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개발수요와 밀도가 높기에 상대적으로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해제지역을 어떠한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 녹지와 보존녹지로 활용되는 경우 활용범위의 일정한 제한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Q9. 이번 조치에 관해 여러 가지 우려 사항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판단일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를 위한 포퓰리즘(populism) 정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규제 완화라는 방향을 잡았습니다만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난개발의 가능성△산업입지의 수요와의 연계 정도△환경훼손의 문제 등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제된 지역에 산업수요가 없을 경우 골프장이 입지하는 등 환경은 훼손되면서 정작 발표했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환경적 측면에선 환경의 불가역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결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기에 우려가 더 큽니다. 현재를 사는 세대가 미래세대가 사용할 녹지까지 모두 소진한다는 본질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산림의 밀도가 높아 ‘검은 숲’이라고 불리는 ‘슈바르쯔빌트(Schwarzwald)’가 있음에도 개발을 위해선 긴 시간의 고민과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참여 그리고 의회 차원의 논의까지 숙고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정책 방안을 구체화해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개괄적인 방향성만 발표된 상태이기에 앞으로 관련 부처에서 △로드맵(Roadmap)△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인 계획△판단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 시점이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매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가 그 성격을 가를 것 같습니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정책적 판단인지의 여부가 구체적 계획과 자료로 뒷받침된다면 포퓰리즘이 아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포퓰리즘이 되겠지요.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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