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문은 내가 학보에 들어온 이후로 14번째의 발행이다. 매번 밤새워 작업하고 새로운 기자들을 만나며 난 정기자에서 부장을 거쳐 편집장까지 하게 됐다. 아마 학보를 통틀어 △정기자△부장△편집장을 모두 경험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또한 처음 학보에 지원할 때 까지만 해도 내가 편집장으로서 외대학보를 대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처음 부장으로서 활동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학보를 하다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다. 당장 내 기사를 쓰기만으로도 벅찼기에 과연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피드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부장으로서의 첫 마감은 정기자때와 사뭇 달랐다.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의 잠을 깨워주던 정기자 시절과 달리 끊임없이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하며 다소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 그렇게 전달한 피드백이 잘 반영되지 않거나 기사를 쓴 기자와 의견이 충돌해 논쟁이 오갈 때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자책하며 회의감이 들곤 했다.
편집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됐을 때도 기쁘기보단 걱정이 앞섰다. 주변에선 다들 축하해주며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줬지만 함께했던 동료 기자들이 졸업하거나 모두 떠나고 나 혼자 남아서 학보를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몇 번이고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기사를 고르고 수정하다 보니 또 이 생활에 나름 적응한 것 같다. 이럴 때면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던 동료 기자들과 특히 바로 내 옆에서 항상 열심히 도와주는 남우현 부장(이하 남 부장)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어쩌면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남 부장인 것 같다. 홀로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을 피드백을 한다는 것은 아마 많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남 부장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
이번 108기 정기자들 모두 열정이 넘치고 글쓰기에 흥미가 많은 사람들이어서 내 걱정보단 순탄하게 학보가 굴러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107기 차장들의 노련함과 성장 덕분이기도 하다. 외대학보를 하며 내가 직책이 바뀌고 조금씩 성장할수록 함께 해온 기자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학보에서 신문 한 부를 발행하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하다. 기사를 써야 하는 정기자와 차장은 물론이고 취재에 응해주는 여러 기관 및 학생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항상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좀 더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는 총학생회와 학보의 실무를 담당해주시는 교직원분까지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자들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는 주간 교수님과 신문이 잘 조판되고 발행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는 외부 업체분들도 모두 학보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기사를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수없이 피드백과 교정 작업을 거쳐 이 모든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야 한 부가 발행된다. 그렇기에 더 많은 학생들이 외대학보의 가치를 느끼고 봐줬으면 한다.
외대학보 활동을 하며 여러 느낀 점들이 많지만 최근 들어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함께 발전해나가는 모든 순간들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소중한 인연은 아마 다른 곳에 가서 생기는 인연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함께 밤을 지새우고 모두가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다’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과정은 내가 학보를 졸업한 후에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학보 생활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나와 함께 성장해나가며 꼭 좋은 결말을 맺었음 한다. 여태까지의 학보 생활 동안 느낀 점들을 쓰자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아마 학보를 하며 이런 글을 앞으로 또 얼마나 남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학보에 흔적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임채린 편집장 06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