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침체, 그 이유와 전망은

등록일 2024년03월27일 18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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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이번 해 첫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매출액은 747억 원이며 전체 관객 수는 775만 명으로 전월 대비 5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당시 ‘서울의 봄’이 흥행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영화의 부활을 이끄는 듯했으나 ‘노량: 죽음의 바다’의 흥행 성적이 예상보다 낮아 여전히 저조한 매출액을 보였다. 이전의 ‘범죄도시’ 시리즈와 이번 달에 개봉한 ‘파묘’ 역시 흥행을 거두긴 했으나 전반적인 영화 산업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영화 산업의 침체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정지연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Q1. 영진위에서 공개한 산업통계를 보면 2020년도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의 매출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엔데믹 (Endemic) 이후에도 영화 산업은 이전의 매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좋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지속적인 침체 양상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엔 요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현상을 설명하자면 내부적으로는 △관람 문화의 변화△영화 산업 구조△콘텐츠(Contents)라는 세 가지 요인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뒤의 두 문제는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문제점으로 여겨졌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극장 외 플랫폼의 등장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Q2. △범죄도시△서울의 봄△파묘와 같이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흥행한 작품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침체된 지금의 상황이 영화 산업의 문제인지 영화 콘텐츠 자체적인 문제인지 궁금합니다.

일차적으로 근본적인 영화 산업 구조의 문제가 콘텐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2007년부터 영화산업에 등장한 대기업들은 자본주의에 입각한 시장 논리로 영화산업을 재구성했습니다. 당장의 흥행과 매출만을 중시하는 이들은 영화가 흥행 부진으로 이어진다면 바로 그 감독을 해고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의 감독들과는 달리 지금의 감독들은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에도 막대한 경제 및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임해야 하며 콘티부터 영화 제작 과정까지 끊임없이 기업의 개입과 검열을 거쳐야 하죠. 따라서 과거 영화 산업과 달리 지금의 영화산업에선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고자 감독들은 이미 과거에 성공한 영화를 모방하게 돼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화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런 답습의 반복은 영화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는 곧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반면 예외적으로 창의적이고 흥미를 끌 만한 영화가 나오면 어김없이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고자 합니다. 즉 영화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콘텐츠의 참신함과 흥미를 제한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2-1. 과거 영화 산업과 비교하셨는데 과거 영화 산업은 지금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1990년대 후반 코리안 뉴웨이브(Korean Newwave)* 세대를 거치고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갖췄던 시기에 △김지운△봉준호△홍상수 감독과 같이 현재에도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들이 등장했습니다. 대기업이 아닌 기획사 단위에서 제작이 이뤄진 당시 영화들은 자본보다 아이디어 기획을 중시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이어지는 후속작을 포함해 세 편 중 하나만 성공하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흥행 성적이나 자본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며 이는 당시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인 영화들의 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Q3. 영화 산업이 침체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로 OTT(Over The Top)가 거론되고 하는데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OTT 플랫폼 (Platform) 서비스가 기존 극장 중 심의 영화 산업과 경쟁 구도로까지 성장할 수 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와 제작 과정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단독으로 개봉한 최초의 영화 ‘옥자’의 감독인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넷플릭 스는 별도의 검열과 기업의 개입 없이 오로지 예산을 지급하고 제작을 요청하는 과정만 거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감독 입장에선 OTT 플랫폼의 지원을 통해 온전히 자유로운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은 흥행 기록이 제한적으로 공개되거나 전적으로 공개되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흥행 부진으로 인해 감독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제한받는 결과주의를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Q4. 최근 유튜브(Youtube) 영화 요약 영상이 큰 이목을 끌고 있는데 이러한 요약 영상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요즘 유튜브에 기존의 영화는 물론 최근 상영 중인 영화까지 리뷰하는 채널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죠. 이렇게 영화의 일부만을 잘라 요약하고 감상을 남기는 영상은 영화가 담고 있는 미장센(Mise En Scene)이나 주제 의식 같은 각종 표현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Q5.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가 바뀐 점이 영화 산업 침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서 언급한 OTT나 영화 평론 유튜브 외에도 영화 관람의 양식을 바꾼 데에는 숏폼(Short form)의 영향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짧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젠 20분 이상의 영상을 시청하는 과정에서도 금방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이러한 관람 문화의 변화는 사람들이 더 이상 2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화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데 한계를 느끼게 만들어 영화 산업 전반의 위축을 야기합니다.

 

Q6. 일본의 경우 코로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엔데믹 선언 이후 다시금 극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들이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옛날엔 일본이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부러워했습니다. 독점화 된 대기업이 없는 일본의 영화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독립 영화와 유사한 형태의 자주 영화**로 제작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영화와 달리 소규모의 제작비만으로 영화를 제작하기에 블록버스터(Blockbuster)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러나 일본은 자주 영화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자주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크라우드펀딩 (Crowdfunding)과 같은 금전적 지원이 수반됩니다. 이 때문에 자주 영화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영화가 받는 지원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소규모의 영화를 제작하기엔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자주 영화는 우리나라의 독립 영화와 대기업 영화의 경계선에 절묘하게 위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막대한 예산과 철저한 제한으로 구성된 대기업 영화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 지원조차 부재하지만 제한은 없는 독립 영화란 두 극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결국 적당한 예산과 창작의 자유가 모두 충족되는 중간 단계가 없다는 것이 두 국가 간의 실질적인 차이로 여겨집니다..

 

Q7. 앞으로 우리나라가 2020년도 이전과 같은 극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한편 영화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개인△산업△정책의 측면에서 어떤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우선 영진위의 지원 혹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통한 영화 창작 독려가 필요합니다. 자유롭게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감독이 실험 적인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해 준다면 보다 흥미로운 콘텐츠가 제작돼 다시금 사람들이 극장을 찾게 될 것입니다. 한편 개인 단위에선 유튜버 요약 영상 시청 문화가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요약 영상과 실제 영화의 차이를 인지하고 온전히 영화를 시청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장기적으로 영화를 시청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리안 뉴웨이브(Korean Newwave):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후반 까지 우리나라 영화의 새로운 혁신을 지향하며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영화로 △개별 민족 영화로서의 우리나라 영화△이전 우리나라 영화와는 다른 변화된 영 화△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의 대거 진출 등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

**자주 영화: 산업 영화가 아닌 일본의 모든 영화. 우리나라의 독립 영화와 유사한 용어.

 

 

이병찬 기자 08byeongch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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