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것의 아름다움

등록일 2024년03월27일 19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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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저 추억으로 두지 않고 온전히 간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인이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결국 모든 순간들은 빛바랜 추억이 된다. 하지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정원’과 ‘다림’은 빛바랜 추억이 아닌 생생한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정원이 시골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다림이 사진관에 불쑥 나타난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정원의 자상함과 미소에 반한 것일까. 다림은 사진을 인화하러 왔지만 사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원과의 대화에 빠져든다. 이후 다림은 정원의 사진관을 자주 찾아온다. 서로의 사랑이 조금씩 커질 무렵 정원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무 빨리 찾아온 죽음이 억울할 만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남은 삶을 살아간다. 연로하신 아버지께 TV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사진기 작동법을 종이에 적어놓는 등 그는 자신이 없어도 주위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다림이 마음에 걸린다. 그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다림을 그리워한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다림은 정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얼마 후 정원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다. 계절은 가을로 바뀌고 다림은 닫힌 사진관 앞에서 하염없이 정원을 기다린다. 이후 정원은 병원에서 나와 다림을 찾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다가가지 못한 채 먼 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편지에 적어 다림의 사진과 함께 상자에 넣어놓고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세상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고 다림은 사진관의 유리창 안으로 자신의 사진이 걸린 것을 발견하며 행복과 추억이 담긴 미소를 짓는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언젠가 추억이 돼버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정원은 다림과의 사랑이 단순한 추억이 되진 않았다며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간직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사랑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잊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이뤄진 사랑이 아닐지라도 이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어릴 적 할머니는 당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곤 하셨다. 할머니는 소녀로 돌아간 듯 수줍은 얼굴을 하셨고 난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처럼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진정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소중했던 사랑이라면 너무 지워내려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 보는 것도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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