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AI가 놀랄 만큼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서빙로봇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뉴스나 영상도 플랫폼의 AI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접한다. 언어 통번역, 자율주행, 쇼핑 도우미 등 생활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AI가 인간의 고유한 사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교육, 상담, 의료, 법률,예술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영국의 AI 기업인 루미넌스(Luminance)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상호 간의 법적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한다. 챗GPT는 미국 의대생·의사 지식을 평가하는 의사면허시험(USMLE) 테스트도 통과했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법률 및 의학 영역에서도 AI의 도움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당시에는 머나먼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지만,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아 AI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캐나다의 이론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매체를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신체와 감각 기관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파악했다. 맥루한의 견해에 따르면 책은 시각의 확장이고, 라디오는 청각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다양한 기술로 넓혀보면 의복과 주거는 피부의 확장이고, 바퀴는 발의 확장이며, 전자회로는 인간 중추신경계의 확장이 된다.
맥루한의 매체 철학을 지금에 적용하면 AI 역시 인간의 지성과 인지능력의 확장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매체 기술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증폭시켰다면, AI 기술은 인지적인 영역에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는 인간의 행동과 사고 과정 및 창의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텍스트 생성, 코딩, 이미지 생성, 음성 및 영상 합성 등 인간의 고유한 정신 활동의 결과물을 생성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복제를 넘어 새로운 창조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지성(知性)’이 더 적절한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다.
AI 일상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 수많은 언론과 관련 기사에서 AI가 인간의 지성과 노동을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AI를 통한 미래의 직업 시장의 변화가 특정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AI시대를 살아가는 현시점에서 개인 차원으로 주목하고 대응해야할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바로 AI를 자신의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AI의 보조를 받는 것이다. AI를 통해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이를 이용하는 인간은 상대적으로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과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문제 해결 및 업무 처리의 효율성에 AI의 분석과 제언을 활용하고,최종적인 결정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과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AI는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조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
최근에 참석한 어느 강연에서 “사람은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대체된다”는 발언을 들었다. 이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못하는 사람 사이의 경계에서 우리가 할 일이 명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을 대신하는 부분도 커지겠지만, AI 역시 인간의 지휘와 통제 아래에서 작동한다. 즉,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AI시대에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AI 리터러시를 기르고 AI 협업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AI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반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AI가 지닌 위험성을 경계하며, 인간만의 통찰과 지혜를 발휘한다면 AI 시대에 당당히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성욱(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