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이 사회 진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이수한 과목의 학점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게 하는 ‘학점포기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지난달 출범한 제45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너울’에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학점포기제의 현황△학점포기제의 득과 실△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학점포기제의 현황
학점포기제는 학생들에게 이미 이수한 과목의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제도다. 학점으로 인정되진 않지만 성적표와 평점 평균에 반영되는 F학점과는 달리 성적표에서 수강 이력을 삭제하여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할 수 있기에 ‘학점지우개’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학점포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권 대학은 △건국대학교(이 하 건국대)△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숭실대학교(이하 숭실대)가 있다. 과거 더 많은 대학에서 학점포기제 를 운영해 왔으나 그 수가 점차 줄어들게 된 이유는 2014년에 발표된 교육부의 지침 때문이다. 해당 지침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대학이 대외용 성적증명서를 발급한 사실이 문제가 되며 등장했다. 즉 일부 대학에서 학생의 수강이력이 빠짐없이 담긴 열람용 성적증명서와 △재수강 이전 과목△학점포기 과목△F학점 과목의 성적을 제외한 대외용 성적증명서를 구분해 발급하는 것은 취업 관련 불공정행 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교육부가 각 대학에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발표했고 결과적으로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거나 축소 운영하는 대학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학점이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학점포기제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한 재난 위기 대응 차원에서 연세대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가 일시적으로 학점포기제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지난 2023년 서울대학교 총학 선거와 더불어 지난 4월 우리학교 글캠 총학 선거에서도 후보자였던 너울이 학점포기제 도입 추 진 공약을 내세웠다.
◆학점포기제의 득과 실
학점포기제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학생들의 수강신청 자유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학점포기제의 본래 취지대로 학생들이 좋은 성적에 대한 강박 없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어보 고 본인과 맞는 과목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학교 는 다른 대학에 비해 특수외국어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열린 다는 차별성이 있지만 이에 흥미가 있어도 낮은 학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강신청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은 실정이다. 학점포기제는 이러한 두려움을 해소할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 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승미(동유럽·우크라이나어 22) 씨는 “호기 심에 수강한 과목에서 예상보다 낮은 학점을 받아 수강신청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며 “우리학교에 학점포기제가 있다면 이러한 고민 없이 관심 있는 과목을 폭넓게 수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학점포기제 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학점포기제는 우리학교 학사제도의 문제를 보완하여 그 효율 성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현재 우리학교는 학점포기제와 유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강신청 취소 제도와 재수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수강신청 취소 제도란 수강 정정기간 이후에 별도로 수강 취소 기간을 두어 수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강 4주 이내에 이뤄지는 해당 제도의 특성상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기간을 제외하면 2~3번의 강의를 수강하고 수강 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해당 수업이 학생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지 확인할 시간이 부족하며 수업 내용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도 수강 취소 기간이 지나면 계속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수강 제도는 C+ 이하의 학점을 받은 과목에 한해 동일한 과목을 다시 수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재수강 대상 과목이 폐강돼 더 이상 개설되지 않을 경우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폐강된 과목과 유사한 과목을 찾은 후 이에 대한 재수강 신청 사유를 학과장 교수님께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하며 최종적으로 이 결과를 종합정보 시스템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통폐합과 같은 사유로 폐강된 과 목과 유사한 과목조차 없을 경우 전혀 다른 내용의 수업을 재수강해야 하거나 재수강 대상 과목이 매 학기 개설되지 않을 경우 한 학기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학점포기제는 이와 같은 복 잡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학사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학생들의 폭넓은 학습 선택권과 자유도를 보장할 수 있다.
나아가 학점포기제는 평점평균 관리를 유용하게 해 우리학교 학생들의 사회 진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점은 △대학원 진학△유학△취업시장에서 유불리 요소로 작용하는데 현재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상대평가 기준과 졸업 이수학점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점 포기제가 도입돼 평점평균을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학교 학생들은 현재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서 진로를 계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학점포기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점 포기제는 학생 본인 의사에 따라 이미 취득한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제도로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수업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성적이 낮은 교과목의 학점을 없애려는 변칙 수단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어 평점평균 인플레이션 (inflation)을 야기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평점평균 인 플레이션이란 말 그대로 높은 평점평균을 보유한 학생의 비율이 늘어나 높은 평점평균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평점 평균의 변별력이 낮아지면 그 이외의 스펙이 추가적으로 요구돼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평점 평균 인플레이션이 대학평가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력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41대 글캠 총학 ‘The 본’ 또한 학점포기제 도입 공약을 내걸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큰 소득이 없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점포기제는 △수강신청 자유도 확대△평점평균 관리의 유용성 극대화△현존 학사제도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평점평균 인플레이션 야기 및 대학평가 결과에 악영향 가능성이 있다는 부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아서 아무리 그 긍정적 효과가 크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지속적인 수요가 있을지라도 이를 추진하고 도입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학 교 차원에서 해당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려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서울권에서 학점포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권 4개 대학은 모두 학점포기 신청 가능 여부에 제한적 조건을 두고 있다. 먼저 경희대의 경우 최대 6학점에 한 해 학점포기를 신청할 수 있다. 이마저도 11학번부터 △사회봉사 과목△졸업논문 과목△폐강 과목△학점교류 과목에 한해 신청 가능하며 편입학생의 경우 전적대학의 학점에 대해선 학점포기를 신청할 수 없다. 고려대도 최대 6학점으로 제한이 있으며 학점포기를 한 과목을 평점평균에 반영하지 않는 대신 성적표에 ‘W(Withdraw)’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건국대는 5학기 이상의 재학생 중 C+ 이하 성적을 받은 과목만 학점포기를 신청할 수 있다. 숭실대도 최대 6학점 제한이 있으며 2021년 이후 신설 및 폐강된 △숭실사이버대 과목△학점교류 과목△K-MOOC 과목에 한하여 가능하다.
이처럼 학점포기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인근 대학 사례를 참고하여 그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면 우리학교에서도 해당 제도를 도입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학생 선발 시 학점포기 이전 학점 반영△최대 학점포기 가능 학점 제한△폐강 과목에 한하여 학점포기 가능△학점포기 신청 학기 제한과 같은 조건을 둔다면 학점포기제는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딛고 학생들을 위한 학사제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는 학점포기제 도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글캠 총학 너울이 총장 간담회를 앞둔 상황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대학이 학생 을 주체로 하는 고등교육기관인 만큼 학점포기제가 꼭 필요한 학생들이 해당 제도를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기쁨 기자 08gippeu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