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기 위해선

등록일 2024년05월29일 23시4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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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연달아 발생해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범죄신상공

개법)’이 재조명되며 ‘신상정보 공개’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재완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해당 법률의 △의의△적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Q1. 신상 공개 판단은 어디에서 하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신상 공개 여부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정부 기관에서 이뤄집니다. 신상정보 공개를 위해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이란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이 밖에도 수사기관은 △범죄의 중대성△범행 후 정황△피해자 보호 필요성△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Q2. 신상 공개 처분 시 피해자와 가족들의 신상이 함께 노출될 위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범죄자 신상 공개 시 이와 같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병행되는지 궁금합니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피해자를 포함해 그 주변인의 신상까지 노출돼 부가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인격권 침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병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신상 공개 처분이 확정된 범죄자 이외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당연히 금해야 합니다. 그러나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주변인이 간접적으로 노출돼 부수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다소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부수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거스르면서까지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Q3. 지난 1월 25일부터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됐습니다. 이전의 신상 공개 제도와 비교했을 때 해당 법률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국가△사회△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특정중대범죄 사건에 대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유사범죄를 예방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습니다. 

  지금까지 신상 공개 제도는 △2000년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2009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201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그 대상을 △청소년 성매수자△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성폭력범△중대범죄자로 확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해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을 통해 그 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절차를 보완한 것입니다. 해당 법률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둬 적법절차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점과 잘못된 신상정보 공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까지 포함했다는 측면에서 종전의 법보다 진보한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적극적인 ‘얼굴 사진 공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의 동의 없이 얼굴을 촬영하고 공개할 수 있는 방식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격권 침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Q4. 해당 법률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나요?

먼저 신상 공개 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입니다. 따라서 형벌불소급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소급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소급적용을 위해선 보안처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즉 공익을 해칠 위험이 있단 점이 입증된다면 소급적용해 보안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정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단순한 사안들에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Q5. 범죄자의 신상 공개 기준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해석에 따른 차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다소 모호하게 서술된 법률적 이유가 있을까요?

해당 법률의 기준이 불명확하게 서술됐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일부 대상자의 신상만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는 우리나라 신상 공개 제도의 특성상 그 기준이 다소 불명확하게 서술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Q6. 우리나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를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사이트에 신상 공개가 된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 정보를 2차적으로 공유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신상 공개 처분과 그 신상에 대한 공유 행위는 다른 맥락으로 취급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신상 공개 처분을 받은 범죄자라도 그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는 공익성과 진실성을 파악합니다. 따라서 2차적 공유 행위가 사적 목적이 아닌 공익 목적에 의한 것이며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하다면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Q7. 최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유튜브(Youtube)’ 등으로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이른바 ‘사적제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적제재는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신상 공개에 개입하는 주체를 △정부△언론△개인으로 나눠 본다면 아날로그(Analog) 시대였던 과거엔 개인이 그 주체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 및 비용적 부담이 컸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공개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사적제재’는 인터넷의 발달과 공론장의 확대로 인해 일어난 현대적 사안들입니다. 이는 그 주장이 사실일지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의거한 민형사상의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Q8. 다른 나라에선 신상 공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또한 우리나라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체포된 모든 사람에 대해 수사 목적으로 머그샷(Mug shot)을 촬영하고 이를 공공기록으로 분류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합니다. 이는 주마다 차이가 있을지언정 유명인이나 범죄의 경중 여부와 관계없이 체포된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관행입니다. 또한 일본은 정부의 개입 없이 언론이 신상 공개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부의 처분과 별개로 언론이 뉴스가치를 판단해 범죄자 및 피의자의 신상을 사건과 함께 보도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기관에서 심의를 통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언론은 이러한 처분에 따르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는 모든 수사 대상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의를 거쳐 특정인의 신상만 공개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보다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Q9. 현재 우리나라에선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 처벌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범죄자 신상 공개가 더욱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신상 공개 제도는 2000년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정 이후부터 여론의 지지를 얻으며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해 왔습니다. ‘적극적인 얼굴 공개’와 같이 위헌성 소지가 있는 내용을 재고한다면 신상 공개 제도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 시행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정부 기관의 결정이나 여론과 관계 없이 언론이 책임 있게 그 역할을 다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정부 기관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 후 언론이 이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언론이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적으로 뉴스가치를 판단해 수사 진행 상황 및 신상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소급(遡及): 새로 도입된 제도나 법이 과거의 사건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

**형벌불소급원칙(刑罰不遡及 原則): 법은 그 시행 이후에 성립하는 사실에 대하여만 효력을 발하며 과거의 사실에 대하여는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에 의거함.

 

 

이기쁨 기자 08gippeu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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