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하면서 과학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대다. 그런데 여기 ‘로봇’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한 뮤지컬(musical)이 있다. 2016년 12월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처음 공연을 올린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들을 위한 반려 로봇들의 이야기다. 가사도우미로 로봇이 흔하게 쓰이는 시대 속 더 이상 쓸모를 다 한 로봇은 어디로 가게 될까? 주인공 ‘올리버(Oliver)’는 자신의 주인 로봇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소소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간다. 이때 옆집에 사는 ‘클레어(Clare)’가 충전기가 고장나서 도와달라고 올리버를 찾아온다.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마음을 갖기도 하고 종종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로봇도 인간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작품들이 다루고 있다. 로봇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을 ‘감정’에 두고 서술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런 로봇들도 얼마든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리버는 자신의 전 주인인 ‘제임스(James)’를 찾으러 클레어와 함께 제주도로 향한다. 제임스의 집에 도착한 뒤 올리버는 제임스는 이미 죽었으며 제임스의 가족들은 신형 로봇을 들인지 오래라며 올리버를 비웃는다. 클레어는 제임스가 너를 버린거라며 화를 내지만 올리버는 제임스는 자신의 친구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다투게 됐고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단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제임스가 진짜 올리버를 버린 것인지는 작품 내에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올리버의 말처럼 제임스는 올리버의 친구였을 수도 있고 클레어의 말처럼 쓸모 없어진 로봇을 버린 것일 수도 있다. 클레어는 상심한 올리버를 위로해주며 대신 제주도의 아름다운 반딧불이를 보러 간다. 두 사람은 반딧불이 아래에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바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자신도 인간들처럼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존재라는 것에 신기해하는 한편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상대방에게 점점 더 빠져든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클레어의 부품에 이상이 생겨 완전히 고장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리 로봇이라 한들 두 사람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끝까지 클레어를 놓지 않으려는 올리버와 올리버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질 않길 바라는 클레어는 다시 한 번 갈등하게 된다. 결국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우기로 했고 올리버와 클레어의 관계는 정리된다. 물론 두 사람이 진짜로 기억을 지운 것인지는 열린 결말로 남겨뒀다. 극의 마지막에 클레어가 다시 한 번 충전기를 빌려달라고 올리버의 집을 찾아오며 끝난다.
로봇이 인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는 그렇다고 답한다. 감정을 느끼는 로봇들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 뮤지컬을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해외에도 진출하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할 만큼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대학로 소극장을 항상 가득 채우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음 달 18일에 다시 한 번 돌아온다고 한다. 시간이 된다면 두 로봇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뮤지컬의 마지막에 클레어와 올리버는 각각 이렇게 말한다. “괜찮을까요?”, “어쩌면요”.
임채린 편집장 06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