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인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아울러 피서철을 앞두고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지난달 대비 14%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음주운전 문제 현황△음주운전 문제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음주운전 문제의 현황
음주운전은 술이나 약물을 음용한 후 신체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다. 도로교통법 제44조 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며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의해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징역형 혹은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만약 대인사고로까지 이어진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1이 적용돼 피해자의 상해 및 사망 여부에 따라 더욱 무거운 처벌이 이뤄진다.
이런 법적 제재에도 음주운전 사례와 그로 인한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적발 건수는 지난해 기준 130,150건으로 이는 2021년과 2022년 평균 120,000건과 비교했을 때 10,000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 각각 △사고 13,042건△부상 20,628명△사망 159명으로 지난 5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음주운전의 재범률 역시 주목할 만한 문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의 동종 재범률은 45%로 이는 절도와 강도의 동종 재범률이 평균 2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음주운전은 다른 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음주 뺑소니’가 있다. 전라북도경찰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라북도에서 발생한 음주 뺑소니 사고 건수는 117건으로 전체 뺑소니 사고의 18.6%를 차지한다. 음주 뺑소니의 경우 운전자의 주취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응급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게 되기에 피해자의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휴가 중인 군인이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능형 범죄’의 증가 역시 주목해야 한다. 현장 단속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되는 경우 구강청결제나 음주 검사 채혈 당시에 사용한 알코올 솜 때문이라는 등의 핑계를 대며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음주운전 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추가로 술을 마시곤 사고 후에 마신 것이라며 교통사고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은 음주와 운전 사이의 연관성을 희석시켜 교묘하게 처벌을 회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음주운전 문제의 원인
현재 음주운전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문제의 원인으로 강화된 기준에 비해 집행되는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문제가 꼽힌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인정되기 위한 혈중알코올농도의 최저 기준은 0.03%으로 이는 △독일 0.05%△미국 0.08%△영국 0.0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실제 적발 시 처벌 수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초범인 경우 벌금형에 그치며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라도 중상해나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또한 동종 재범자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게 된다.
아울러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음주 단속 중 적발됐을 경우 음주측정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나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신고가 접수되면 일반적인 측정방식으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선 운전자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른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식 역시 실제 법정에선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과거 연예인 이창명 씨의 음주운전 사례에서 경찰은 음식점의 CCTV를 통해 확보한 내용을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해 음주운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섭취한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란 이유로 위드마크 공식의 증명력을 부정했다.
높은 재범율에도 불구하고 법정 의무교육 이수 후의 감시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 역시 문제다. 현행법에선 음주운전 적발 시 횟수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처분과 함께 △범칙금 감액△운전면허 재발급△정지 일수 감경을 위해 특별교통안전의무교육(이하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교육 이수 후엔 별다른 제한 없이 운전면허 재발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의 관용적 인식으로도 이어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음주운전의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2%가 주변 사람들의 음주운전에 대해 묵인하거나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절반이 본인이 음주운전을 해도 적발될 가능성이 50% 이하라고 예측했다. 또한 실제 적발되더라도 중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운전자의 수가 16%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 음주운전이 지닌 법적 제재의 실효성이 음주운전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음주운전의 근절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초범과 재범의 처벌 차이를 두지 않고 한 번의 음주운전 행위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운전자의 차를 강제로 매각한 뒤 벌금을 제외한 금액을 반환함과 동시에 1년 동안 차량 등록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추가적으로 음주운전의 예방을 위한 연대책임을 강조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회식 이후 음주운전을 한 경우 술을 권한 사람과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도 처벌 대상에 포함해 주변인들이 자발적으로 음주운전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코올(Alcohol) 중독과 같이 음주로 인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에 대해선 의사나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면허 취득 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완쾌되었다는 증명서를 첨부해야만 운전면허의 발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음주운전의 가능성이 높은 운전자의 운전 자체를 차단함과 동시에 무고한 피해자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음주운전의 특성에 맞게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추가적인 대안이다. 높은 재범률을 고려할 때 단순히 소정 시간 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습성 여부에 따라 상이한 기준을 정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듣도록 한다면 지속적인 점검이 가능할 것이다.
지능형 범죄를 무력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수사 기법의 발전과 이에 대한 적용도 요구된다. 최근 위드마크 공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과수에선 알코올 분해 후에 발생하는 음주 대사체를 토대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이른바 ‘음주 대사체 검사’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72시간이 지나면 검출이 불가능하며 설령 채뇨를 하더라도 국과수 의뢰 후 결과를 얻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일선의 경찰관이 현장에서 단시간 내에 정확한 결과를 확인해 이를 혐의 입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음주운전의 사전 방지를 위해 초보운전자 및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 대한 음주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초보운전자의 경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운전의 초기단계부터 음주운전이 습관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또 시민의 안전과 개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 대해서도 음주단속 기준의 하한을 없애 ‘이 정도는 괜찮아’가 아닌 ‘운전을 할 때는 단 한잔의 음주도 안 된다’는 인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근절을 위한 국가적 및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입법부를 비롯한 전문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음주운전의 감소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 수립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드마크(widmark): 시간당 알코올 분해값이 개인에 따라 0.008%∼0.030%에 분포하는 점에 착안해, 뺑소니 등으로 음주운전자의 호흡이나 혈액으로 음주 정도를 곧바로 잴 수 없을 때 실시하는 음주측정 방식이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