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 번쯤 여건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멀어지는 경우를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때로는 평생 해소될 수 없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남게 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이 나온다. 우연으로 시작돼 필연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름의 향기와 함께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려준다.
이 영화는 빵집을 운영하는 ‘미수’와 고등학생 손님인 ‘현우’가 우연히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년원에서 방금 나온 학생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던 현우는 미수네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둘은 서로에게 순수하고 따스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현우는 다시 소년원에 가게 되고 미수 역시 형편이 어려워 가게를 닫는다. 시간이 흘러 미수는 우연히 현우를 만나지만 하필 이날은 현우의 입대 전날이었기에 둘은 다시 어긋나게 된다. 이후에도 미수와 현우는 잠깐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들은 매번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서로가 처한 상황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요즘은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다. 그러나 마땅한 연락 수단이 없던 미수와 현우는 서로를 더 간절히 원하고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이러한 간절함으로 인해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는 너무 손쉽게 상대와 연락할 수 있기에 이러한 간절함을 잊은 것이 아닐까?
영화에선 “비행기와 사랑의 공통점이 뭘까요? 출발할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것이죠”란 대사가 나온다. 큰 에너지가 요구되는 사랑은 이별의 아픔까지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사랑을 꿈꾸고 희망한다. 우리는 비록 사랑의 출발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인간은 매 순간 수많은 기억들을 망각하면서도 정작 어떤 기억들로 인해 평생을 지배당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평생을 함께하는 기억 중 사랑에 대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해도 그 순간의 감정과 추억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을 갈망하고 추구하는 이유는 그 감정이 우리 삶에 깊은 의미와 색깔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때론 아프게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사랑을 꿈꾸고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사랑을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게 만들고 다양한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운명이라면 미수와 현우처럼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만나 서로를 그리게 될 것이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