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사’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역사 및 환경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브라이언 블랙(Brian Black)의 작품으로 에너지 문제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풀어냈단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의 작품은 △에너지와 권력△자원 불평등△지속 가능성 등을 주요 주제로 다루며 에너지 문제를 사회적 및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이 책의 첫 번째 주제는 풍력 에너지와 인류의 욕망이다. 16세기 유럽에선 풍력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동력원으로 사용됐다. 이는 결국 신대륙의 발견과 식민주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욕망과 에너지 발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에너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지배욕과 결합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책의 중반부에선 전기 에너지와 평등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전기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은 초기엔 상류층과 산업 자본가들의 전유물이었으나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의 전구 발명 이후 대중에게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만 보지 않는다. 에디슨의 발명이 전기를 대중화시킨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기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부를 가진 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며 불평등에 기여한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에너지 패권의 변화를 설명하며 석유 자원 확보가 국가 간 갈등을 일으킨 주요 원인임을 강조한다.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 간 경쟁 특히 중동 지역의 석유를 둘러싼 충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계속됐으며 이러한 갈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저자는 풍족한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가 반드시 번영하진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천연자원조차도 정치적 영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단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에너지를 특정 관점에 국한하지 않고 바라봐야 할 필요성에 대해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즉 에너지를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경제△사회△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며 지속 가능하고 인류의 번영에 조화롭게 작용할 수 있는 존재로 우리의 시선 변화를 유도한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차원적 접근을 도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