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는 방패, 에브리타임 내 ‘대전’

등록일 2024년11월20일 16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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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69호 심층 기사에선 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여전히 에브리타임(이하 에타)과 같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우리학교 학생들 간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학교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의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 현황

지난 2월 약 42만 명의 새내기들이 에타에 가입하면서 에타의 누적 가입자 수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해당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은 ‘대학생 필수 앱’로 불리며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에타 자체가 지닌 익명성으로 인해 무분별한 혐오가 확산되며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우리학교의 에타에선 특정 주제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주제로는 이른바 △설글대전△성별대전△입결대전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설글대전은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의 학생들이 서로를 비교 및 비하하는 발언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논쟁이다. 이는 △상호 간의 교류 감소△캠간 갈등 조장△양 캠퍼스의 분열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설글대전뿐만 아니라 성별대전 역시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에타의 ‘HOT 게시판’에선 여자 대학교의 공학 전환에 관한 글이 올라와 성별대전이 벌어졌으며 해당 글은 공감을 300개 이상 받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별 갈등은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가치관 차이를 드러내며 상호 간의 도를 넘은 혐오 발언으로 이어졌다.

 

입결대전은 입시 기간에 입시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으로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수시와 정시 같은 입학 전형을 빌미로 학생들 간의 비난이 표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수시와 정시 전형의 근본적인 평가 방식 차이에 따른 입학 성적 비교가 대두되면서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우월성을 주장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조롱하거나 특정 전형 출신 학생들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이어진다. 또한 타 대학교의 입시 성적과 비교해 우리학교의 순위를 강조하려는 글들도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게시물들은 타 대학을 비하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이와 같은 논쟁은 단순한 의견 교류를 넘어 혐오와 비난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에타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는 사용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 없이 혐오 표현을 남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의도를 가진 사용자들이 계정을 구매하거나 복수의 계정을 만들어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카카오톡(Kakaotalk) 오픈 채팅방에서 ‘에타’를 검색한 결과 계정을 구매 및 판매하는 채팅방이 30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익명의 특성상 특정 집단의 혐오와 비난은 강화되며 그로 인한 학생들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학교 공동체의 신뢰와 화합을 저해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에타 운영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에타의 신고 시스템은 학생들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나는 글을 보면 직접 신고해야 하는 구조로 이용자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혐오 게시글을 반박하는 사용자가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는 사유로 신고를 당해 계정이 정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플랫폼(Platform) 차원에서 강력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며 혐오 표현과 관련한 게시글의 확산을 빠르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Naver)에서 활용 중인 클린봇(Cleanbot)은 인공지능 기반의 악성 댓글 탐지 시스템으로 악성 댓글을 탐지해 댓글을 자동으로 숨김 처리한다. 이는 △게임△뉴스△스포츠 등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돼 있다. 해당 시스템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욕설이나 비속어를 포함하고 있지 않더라도 문장 맥락을 고려해 모욕적인 표현이나 무례한 댓글까지 탐지하고 있다. 또한 불쾌함을 조성할 수 있는 게시물의 경우 조회 전에 경고창을 띄우는 등의 노력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가령 구글(Google)의 세이프서치(SafeSearch)는 잠재적으로 공격적인 내용에 대한 자동화된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 

 

다음으로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모욕 행위는 모욕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하지만 실상은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된다. 이에 반해 캐나다의 경우 혐오 표현에 대해 최대 2년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이러한 낮은 처벌 수준으로 인해 가해자들은 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혐오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 커뮤니티가 안전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플랫폼 운영에 대한 법적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혐오 발언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을 통해 부적절한 표현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제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에타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는 자유로운 표현 문화 정착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악성 게시글이 난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혐오 표현을 줄이기 위해선 학생 스스로가 책임감 있는 발언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익명이란 가면을 벗고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건강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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