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 109기 수습기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처음 봤던 순간부터 최종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1차 서류전형△2차 지필고사△면접까지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마침내 합격했단 사실에 기쁨과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이때까진 합격했다는 사실에만 정신이 팔려 앞으로 내가 외대학보에서 겪게 될 일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외대학보에서의 활동은 내가 마냥 즐겁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꽤 힘들었고 체력 소모도 컸다. 2주에 한 번씩 밤을 새며 하는 마감을 마치고 나면 다음 날까지 그 피로가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외대학보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진심으로 나를 측은해한다. 특히 내가 자진해서 학보사에 지원했다고 말하면 “도대체 왜...?”란 표정을 지으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와 같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달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고된 학보 활동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학보사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즐겁고 학보 활동을 통해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단 생각에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어쩌면 학보사의 모든 인원이 자원해서 온 사람들이고 같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이렇게 1000호가 넘는 신문을 발행해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계획하기”란 구절은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선물(The Present)’이란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구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 대학에 가야 한다는 굉장한 압박감에서 나를 구해준 아주 소중한 문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매일 같이 끝이 안 보이는 블랙홀(black hole) 속에 놓여있는 것 같단 생각을 매일 같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 감상문 작성을 위해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그때 이 구절을 읽게 됐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스스로의 모습을 꽤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당시의 나는 시험에서 실수한 과거의 나를 끊임없이 질책하고 확답할 수도 없는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즉 현재엔 집중하지 않은 채 과거와 미래를 보며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어떤 순간에도 과거와 미래보단 현재에 충실해야겠단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 다짐은 이후 내 고등학교 생활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줬다.
물론 현재의 대학 생활도 전혀 쉽지 않다. 여전히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고 불안해하며 겁이 난다. 겨우 대학 진학이란 한고비를 넘었는데 또 다른 거대하고 막중한 새로운 고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불안하고 겁이 나지만 바로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현재 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학교생활△학보사 활동 등이 지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인 것 같다. 그러면 고등학교 시절 그저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의 대학 생활이 지금은 현재가 되었듯 현재의 막막한 미래가 언젠간 조금씩 그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