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82호 기획 기사에선 우리학교 졸업학점 축소 문제에 대해 다뤘다. 2025학번 신입생부터 졸업학점이 134학점에서 126학점으로 축소됐지만 재학생들에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졸업학점 축소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졸업학점 축소 현황
타 대학과 비교해 높은 우리학교 졸업학점에 대한 축소 요구는 꾸준히 언급돼 왔다. 이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박동’은 졸업 학점 축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2023학년도 설캠 총학 ‘도약’에선 졸업학점 축소 필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한 우리학교 학생의 98%가 ‘졸업학점 축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마침내 올해부터 졸업학점이 축소됐지만 신입생인 2025학번부터만 적용되며 기존 재학생에 대한 소급 적용은 배제된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학과의 졸업학점이 기존 134학점에서 126학점으로 축소됐지만 우리학교에서 가장 높은 졸업학점을 요구하는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융합인재대학과 사범대학의 졸업학점엔 변동 사항이 없다.
외대학보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졸업학점 축소’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존 재학생들에게 졸업학점 축소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 점이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는지 대해 묻는 질문에 70%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학생 A씨는 “등록금 인상은 모든 학생에게 적용하면서 졸업학점 축소는 신입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졸업학점 축소로 취업 준비나 진로 설정을 위한 자기 계발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부럽다”고 말했다. 졸업학점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파생 문제 역시 적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학교 학생 B씨는 “졸업학점 축소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데 강의 수가 줄어들어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학점을 채우기 위해 추가학기나 계절학기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외대학보에서 강의시간표를 바탕으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설캠 기준 전년도 대비 올해 개설된 학부 및 전공 강의 수는 121개 감소했다. 설캠 총학은 “졸업학점 축소 및 기초 과목 도입 등 학사제도상의 전반적인 이유로 강의시수가 대폭 감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C씨는 “강의 수가 줄어 재수강 과목을 포함한 수강신청이 어려워졌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강의시수 감축으로 수강 가능한 강의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졸업학점 축소에 대한 학교 측의 충분한 설명 또한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동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측이 졸업학점 개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39.9%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31.2%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타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자. 숙명여자대학교의 경우 2021학년도에 전공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부전공 이수 기준학점이 하향 조정됐으며 이는 2020학년도 입학생부터 소급 적용됐다. 건양대학교의 경우 2021학년도 복학생을 대상으로 졸업인증 적용년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2016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졸업기준학점 축소로 개설강좌 수가 감소한 것에 대한 조치다. 졸업학점이 140학점 이상인 복학생을 대상으로 학번에 관계없이 복학연도 학년에 따라 교육과정 연도를 변경 신청하는 방식이다. 또 20학번은 별도의 신청 없이 소급 적용됐다.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는 2018학년도에 학부 전공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전공필수과목이 24학점에서 12학점으로 축소됐다. 이는 이중전공 및 복수전공자를 포함해 2014학번부터 소급 적용됐다. 성신여자대학교 바이오식품공학과의 경우 이번 해 교양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실험 계열 학과의 지정 필수 교양과목을 축소했다. 또 공통교양 기초필수과목 학점이 기존 3학점에서 2학점으로 축소됐다. 완화된 기준은 2020학번부터 소급 적용됐으며 이전 학번 학생들이 변경 전 필수과목을 수강한 경우 또한 인정한다고 공지했다. 반면 우리학교 설캠 총학은 소급 적용에 대해 “등록금 인상과 함께 총장님께 직접 요구드렸다”며 “이후 교무처장님과 진행한 면담에서도 졸업학점 소급 적용을 요구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행정적 처리 절차 등의 이유로 소급 적용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당장 부족해진 과목 수로 인해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계절학기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학교 계절학기는 하계와 동계 총 두 번 개설되며 정규학기 종강 전 계절학기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을 검토한다. 하지만 수요조사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되며 실제 강의 개설 여부는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또한 수강인원이 최소 30명 이상 충족돼야 하는 조건은 대부분의 강의가 개설되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강의 개설 결정 방식의 변경 및 개설 조건 완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졸업요건의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 한해 계절학기의 최대 수강 가능 학점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설캠 총학은 “학습권은 학생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다”라며 “△강의 증설△분반 확대△하이브리드 강의 증설 등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교무처가 제시하는 계절학기 강의의 폐강 기준이다”며 “단기적인 개선이 아닌 폐강 기준 완화 등을 통해 구조적 해결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요구로 졸업학점이 축소된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다. 그러나 계절학기 확대 및 소급 적용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야 할 것이다. 외대학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학점 축소의 소급 적용이 이루어진다면 졸업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82.5%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설캠 총학은 “상반기 학사제도 전반에 대한 학우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성 설문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학우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우리학교의 변화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한 학교의 꾸준한 관심과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박지연 기자 10ji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