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하엔

등록일 2025년05월21일 23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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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5달간 나는 스페인 남부지방에 있는 하엔(Jan)에서 공부했다. 이미 스페인에 가기 전에 과테말라(Guatemala)에서 중남미 스페인어를 배운 경험이 있어 다른 종류의 스페인어 공부와 관광지가 아닌 곳에 머물기 위해 비교적 시골인 하엔을 택하게 됐다. 내가 스페인에 도착했을 당시 스페인은 여름이 저물어가고 가을이 오고 있어 낮에는 덥고 밤에는 조금 추웠다. 교환학생이 끝나갈 무렵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워 민소매부터 얇은 패딩까지 다양한 옷을 현지에서 사야 했다.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질 땐 친구들과 불바르(Bulevar) 공원에서 피크닉(picnic)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성 캐서린 성(Cruz del Castillo de Santa Catalina) 전망대에서 작아진 하엔과 도시를 둘러싼 올리브농장을 바라보곤 했다. 가끔은 에라스무스(Erasmus) 활동에 참여하여 주변 도시들을 여행하거나 소모임들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엔은 시골이다 보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대부분의 △식당△마트△카페들이 문을 닫아 피크닉이나 집에서 쉬는 게 아닌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작은 도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하엔 플라자 아울렛(Jaen plaza outlet)이나 디아 마트(Dia mart)는 문을 닫지 않아서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다. 교통수단의 경우 주로 △걷거나△하엔 시청에서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버스를 타거나△파이드 택시(Pide Taxi)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활용해 택시를 타곤 했다. 가끔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 기사들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어 만약 하엔을 방문해 택시를 탈 계획이 있다면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하엔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타파스(Tapas)를 파는 식당들이 주로 있어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니면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 플랫메이트들(Flatmate)과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주변에 한식당이 없어 주로 △닭볶음탕△된장찌개△삼겹살과 같은 음식을 해 먹었다.

 

하엔에 가기 위해선 말라가(Malaga)나 마드리드와 같은 대도시에서 렌페(Renfe)나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고 펼쳐진 넓은 올리브밭을 보면 하엔의 대표 음식이 올리브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중에는 올리브밭과 올리브 오일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다. 추가로 올리브 오일을 하엔에서 구매하고자 한다면 엘 코르테 잉글레스(El Corte Ingles) 백화점에서 사기보다는 현지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하엔은 젊은 세대나 관광객들이 적기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40대 후반의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가 살아가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편이다. 자주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면 공항에 가기 위해 주변 대도시까지 나가야 하니 번거로울 수 있으며 가게 되더라도 장시간 기차나 버스를 타야 하니 피곤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엔은 대도시들과 달리 생활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 스페인어를 배우는 데에 집중할 수 있고 다들 바쁘게 살지 않아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하엔에 있을 당시 작은 도시여서 할 게 없다고 불평하곤 했다. 그러나 귀국 후 다시 생각해보니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았고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었던 도시였던거 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과는 다르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해 먹으며 살아갈 수 있었던 도시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박애진(통번역스페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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