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신중지 이야기’는 두 장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장은 저자이자 주인공인 ‘오드 메르미오(이하 오드)’가 말하는 임신중지 이야기, 두 번째 장은 남성 의사 ‘마크 조프란(이하 마크)’이 보는 임신중지 이야기다.
첫 번째 장에선 임신중지 여성이 겪는 심리 변화가 섬세히 그려진다. 오드는 대학 졸업 후 카페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프랑스는 1975년에 임신중지가 합법화됐음에도 오드는 시술받을 때까지 외로움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직 사회는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여성에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가 됐음에도 일주일간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단 법안과 출산을 권유하는 의사에 오드는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함을 느낀다. 별거 아니라며 가벼운 말을 건네는 주변 반응 역시 오드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오드는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비상식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죄책감을 떨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독자는 첫 번째 장에서 임신중지 당사자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임신중지 당사자에게 가볍게 ‘시술 빨리 끝난대’나 ‘괜찮아질 거야’와 같은 위로를 건넨다. 그러나 오드에 따르면 임신중지 당사자에게 이런 위로는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말이다. 임신중지 당사자가 불안을 고백할 때, 독자는 어떤 진실한 위로를 건네야 그에게 용기를 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오드의 주변 친구들이 오드에게 전하는 위로와 용기를 보며 독자는 임신중지 당사자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다.
두 번째 장 역시 임신중지 당사자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첫 번째 장과 다른 점은 화자가 임신중지 당사자가 아닌 남성 의사인 마크란 점이다. 프랑스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되기 전, 마크는 불법 임신중지 시술로 죽을 위기에 처한 환자를 보며 임신중지 시술을 배우겠단 결심을 한다. 남성인 마크는 이에 대해 배워가며 여성들의 다양한 사정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임신중지 당사자에 마크는 공감의 태도보다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인다. 마크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환자들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의 ‘이해하고 싶다면 듣고 믿어야 한다’는 조언을 바탕으로 가부장적 태도를 버린다. 이어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려 한다.
책의 원제는 ‘fallait que je vous le dise(당신에게 말해야 했어요)’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나라임에도 고립을 겪은 오드는 임신중지 시술 이후 8년 뒤에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임신중지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임에도 사회의 분위기는 경직돼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임신중지 당사자 마음에 공감해보고, 임신중지 시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