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하는 기자에는 가벼운 이야기만 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뒷담 을 해야 할 시간이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배 움터에는 ‘우리 언론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우리 언론사는 학교 산하기구가 아니므로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보자마자 학교 산하기구이자 언론기관인 외대학 보가 떠올랐다.
그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언론사를 힐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자 유언론 정론직필’을 사수해온 외대학보가 학교의 산하기구란 이유로 언론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즈음 부 쩍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989호 외대학보는 박철 전 총장의 교비 횡령 혐의에 대한 노조의 기자회견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990호에는 공판에 대 한 기사 역시 실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기사는 지면에 실리지 못하고 삭제 됐다. 아직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한 기사가 박철 전 총장에게 불 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학부모 직업조사가 실시돼 학내외 여론이 들썩였다. 학보는 보도기사에 이 사실을 다 뤘지만 발행된 신문에는 역시 해당 기사가 없었다. 만평도 마찬가지다. 990호에 실릴 만평은 교비 횡령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클린 주점을 다룬 만평으로 급 하게바뀌었고만평을그린기자에비할수없겠지만나역시이루말할수없이 속이 상했다.
이번 겨울방학이 지나고 나면 편집장이 된다.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후배 들에게밤새써낸기사가하루아침에없어져버리는경험을겪게하고싶지않 다.기자들은언론이가진힘을믿고,그힘을옳게쓰고싶어학보사에들어온 것이지 언론이 더 큰 힘에 무너지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려 들어온 것이 아니다. 기자가 내놓은 기사들은 지면에 실려야 한다. 독자 여러분은 기사를 지면에 실 을 것인지, 싣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박은혜 기자 90ir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