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땅은 더 단단해진다

등록일 2015년12월07일 15시2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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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소극적인 내가 학보사를 지원하는 데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더욱 91기 수습기자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후 두 달간의 방중교육을 통해 언론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곳임을 알게 됐다. 학기 중에 나갈 기사들을 위해 제안서를 쓰는 일부터 취재까지 쉬운 것이 없었다. 정기자가 된 후엔 내성적인 성격이 발목을 붙잡았다. 모르는 학생들을 잡고 인터뷰하는 것과 각 부처팀장님들과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리는 일도 두려웠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은 인터뷰에 호의적으로 답변해줬고 대부분의 교직원분들도 친절했다.
기자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호는 세 번째 호다. 8면이라 내가 맡은 세민전 일정변경 기획기사 하나만 들어가 부담됐다. 세민전 기사는 처음부터 취재가 녹록치 않았다.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이기도 했고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주는 사람들도 없었다. 단순히 진실을 밝히려는 나의 노력에 대해 공격적인 기사를 쓴다며 비난하는 시선도 있어 견디기 힘들었다. 학보사 기자라는 직함만 떼면 평범한 학생에 불과한 내게 사람들은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별 탈 없이 기사가 나간 후에도 다른 기사를 취재할 때 관련 부처 직원 중 한명에게 세민전 기사에 대한 보복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세민전 취재는 지금까지의 학교생활에 회의감까지 느끼게 했다.
내가 만평 코너를 맡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만화를 좋아하고 지난해에 만화 동아리에 들었던 경력으로 이번 학기 만평 기자가 됐다. 만화를 좋아하는 것과 달리 사실 나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린다. 독자위원들도 그동안 나의 만평에 대해 아쉬움을 표해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림실력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만평에 대한 학교의 규제였다. 세 번째 호에 실린 교과서 국정화 관련 만평은 다른 사람에 의해 수정된 후 나갔다. 또한 지난 호에는 원래 박철 전 총장의 노조 탄압을 비판하는 만평이 실릴 예정이었다. 마감 주를 거쳐 월요일이 되자 만평을 다른 주제로 다시 그리라는 연락을 받았다. 본래 의도와 달리 급하게 그린 주점 만평이 지난 호에 실려 아쉬웠다.
두 달 간의 정기자 생활은 나의 생활과 성격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삿거리가 있으면 친구들이 한 숨 돌리는 쉬는 시간에도 취재하러 갔다. 낯가리는 성격은 취재를 다니며 극복하고 있다. 학보사 생활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힘든 일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줬고 기자라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게 해줬다.

유시현 기자 91qhdodb@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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