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의 자유

등록일 2021년09월09일 23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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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개강은 지난 학기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강의로 시작된다. 작년 3월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몇 개월 후면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덧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도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이로 인한 심리적 피로는 커지고 있지만 희망은 있다. 류현진, 손흥민 등 한국 선수가 미국과 유럽에서 뛰는 것을 볼 때 시선은 많은 관중이 밀집한 관중석을 향한다. 그들을 보면서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미국과 유럽을 보면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어려울 것 같다. 아마 독감과 같은 ‘통제가 가능한’ 풍토병의 형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 가운데 나타난 중요한 논쟁은 방역과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집합금지, 이동 제한 등의 조치는 방역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동 및 노동에 관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절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영역에서는 많은 국가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이 권위주의를 태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선거, 집회, 공공토론 등이 어려워진 반면, 방역의 주체로써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민주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코로나19를 빌미로 권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다.

경제적 영역에서는 비대면 업무가 수월한 전문직, 지식인층에 비해 대면서비스직, 단순노동직 종사자들은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노동의 형태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계급이 분화되고,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의 역할과 공공재의 운영, 개인의 자유와 연대 등의 광범위한 주제에 있어 새로운 논쟁의 장을 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은 시라쿠사 원칙(Siracusa Principles)이다. 1984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서 채택된 이 원칙은 방역을 목적으로 권리를 제한할 경우 지켜야하는 요건을 규정한다. 권리의 제한은 법률에 기반을 두고, 합법적인 공익적 목표를 위해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또한 민주사회에서 목표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여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적용 기간에 있어 제한적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공중 보건의 목표를 달성하고, 동시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훨씬 많은 유럽 사례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유럽연합(EU)의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에 따르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방역을 위한 자유 제한을 정당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시민들은 자유 제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긍하는 입장을 보인다. 즉 정부의 보건정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일 경우, 이 정책으로 인해 파생되는 부정적인 효과(자유 제한)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시민일수록 방역을 목적으로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수긍하는 입장을 보인다.

개발경제학에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자본 및 노동과 같은 물적 조건 외에 안정적인 제도와 정치 환경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정책 전반과 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신뢰에 토대를 둘 때에만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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