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20개월 딸을 성폭행 후 살해한 양부가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울었단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아동학대 피해사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부모와 아동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증가한 아동학대의 실태△이번 해 개정된 아동보호 특례법△아동학대 최소화를 위한 방향에 알아보자. ◆증가한 아동학대, 감소한 신고건수 증가폭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42,251건으로, 2019년 대비 2.1%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해 꾸준히 증가하던 신고건수 증가폭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한 이유는 아동학대의 절대적인 감소가 아닌 이를 제대로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포함한 공립 교육기관과 학원 및 돌봄교실 등의 사립 교육기관이 제한적으로 운영돼 보호자의 양육 부담과 아동에 대한 폭력 위험이 증가했다. 지난달 2일 국내 아동 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Good neighbors)’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의 경제력이 약화했고 돌봄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아동에 대한 폭력행위가 증가했다. 열악한 아동보호전문기관환경도 상황에 심각성을 더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 건수는 매해 급속도로 증가 중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적으로 70여 개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기관 한 곳에서 많게는 20만 명에 이르는 아동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경기도 소속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A 씨는 “아동학대 담당 인력 1인당 아동학대 사건을 평균 40건 이상 맡고 있다”며 “인력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피해 아동 모두에게 신경을 쏟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약 1년 반 동안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아동보호 상담원은 보호 체계 없이 현장에 나가 △가정방문△센터 운영△아동 및 보호자 면담을 수행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코로나 백신 예약 및 접종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그들은 지난해부터 이번 7월까지 백신 접종 없이 계속해서 현장에 노출됐다. 서울시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사회복지사 B 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하루 6시간 이상 현장에 나가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회복지사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아이들이 아동보호쉼터에 오지 못하고 결국 수많은 아동의 돌봄에 심각한 공백이 온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지난달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1차 우선 접종이 뒤늦게 시작됐다. ◆이번 해 개정된 아동학대 특례법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관련법으론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이 존재한다. 이 중 아동학대 특례법이 이번 해 개정됐다. 이번 개정안엔 △아동학대 살해죄 적용△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인력 보충△피해 아동 즉각 분리 보호조치 가능 등이 포함됐다. 개정된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아동을 학대 후 살해한 경우 학대 행위자를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동안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땐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국회는 최근 증가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아동학대에도 살해죄를 적용하기로 했단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난달 13일 3살 딸을 집에 방치해 고온으로 사망케 한 학대 행위자에게 ‘아동학대 살해죄’가 처음으로 적용된 바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사법경찰의 아동학대 교육이 의무화되고 교육 시간이 늘어났다. 보다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겠단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공무원 1명당 연간 50건의 사례를 담당하는 것을 기준점으로 삼아 아동보호 공무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즉시 분리해 보호하는 즉각 분리제도가 실행되는 것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이전과 달리 법원이나 정부의 허가가 없어도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반복되면 즉각 분리보호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보호 현장에선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쉼터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동을 보호할 쉼터가 부족해 원 가정에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김민정 안산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기관장은 “아동 쉼터 및 피해 아동을 일시 보호하는 시설에선 신규 분리보호 아동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3개월 단위로 기존 아동을 전원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력과 보호시설 확충 등의 인프라가 담보되지 않은 즉각 분리는 결국 ‘학대 행위자로부터의 분리’란 원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단 지적을 받는다. ◆학대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국제 사회에서도 아동학대는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세계 최초로 아동학대법을 제정한 스웨덴에선 강력한 입법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단체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아동에 대한 모든 체벌이 금지된다. 미국은 아동학대 미수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을 동일하게 처벌해 아동학대 범죄 성립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아동을 정서적으로만 학대해도 최고 10년 형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일명 ‘신데렐라법’을 제정했다. 동화 ‘신데렐라’처럼 물리적 학대가 없더라도 의도적으로 아동을 무시할 경우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2019년에서야 방임과 정서적 학대에 대한 강력 처벌이 강화되는 등 아동의 정신적 학대 피해에 대한 제도가 부실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내 아동학대 방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과 예산 부족이다. 이번 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투입되는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285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예산인 82조 5,269억 원의 0.03% 수준이다. 또한 지난 4월 기준 전국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총 400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229개 지자체 중 102곳의 지자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지난 1월 기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된 지자체 127곳 가운데 최소인력을 충족하지 못한 지자체가 87곳으로, 10곳 중 7곳에 달한다. 부족한 피해 아동 쉼터 시설 역시 주목해야 할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20개소, 피해 아동쉼터는 240개소 수준으로 확대를 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쉼터 설치를 위한 지원이 부족한 탓에 서울시와 인천시에선 설치를 포기한 사례도 발생했다. 심지어 기존 쉼터 중 16곳은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이사를 해야 하고, 14곳은 전·월세 등 계약 문제로 추후 주거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대 행위자의 교육을 위해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 아동이 거주 중인 아동보호쉼터가 같은 건물에 있는 경우가 4곳이나 존재한단 것이다. 이에 현장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쉼터 설치비 인상 없이 쉼터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다음 해 예산 책정서엔 △관련 예산 615억원으로 확대△아동쉼터 35개소 확충△준공 15년이 경과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기능 보강△아동학대 현장직원 근무 여건 개선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약 300여 명 확충이 포함됐다. 이번 해는 우리나라가 유엔(UN) 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지 30년이 된 해다. 1989년 유엔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은 아동도 성인과 동등하게 모든 시민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임을 명시했다. 코로나19는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권△발달권△보호권△참여권 행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아동학대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