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 한 남자의 추락을 통해 드러나는 백인 지식인의 위선 -

등록일 2022년09월15일 16시0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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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하 남아공)에서 법률로 제정된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는 인종별로 △ 거주지 분리△결혼 금지△ 공공시설 사용 제한△승차 분리 등을 정당화한 인종 분리 정책이다. 50년 가까이 남아공 사회를 지배하던 아 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민 주적 선거로 당선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가 이를 폐 지할 것을 선언하며 공식적 으로 사라졌다.

이 책은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 직후 백인과 흑인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으로 혼란스러웠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남아공 출신 작가 ‘존 맥스웰 쿳시(John Maxwell Coetzee)(이하 쿳 시)’는 책 ‘추락’을 통해 당시 백인 정권이 종식되고 흑인에게 정권이 이양된 남아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쿳시는 1940년 남아공 케이 프타운(Cape Town)에서 태어나 케이프타운 대학교(University of Cape Town)에서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 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언어 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이후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캠퍼스 (University at Buffalo)와 케이프타운 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 직한 뒤 호주로 이민을 떠나 2006년 호주 국적을 취득했다. 쿳시는 남아공에서 백인 지식인으로 살아갔던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그의 작품 속 주인공에게 그대로 투영시켰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백인 기득권층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되며 인종차별의 실 상을 백인의 시점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추락’에서 역시 이러한 방식이 사용됐다. 쿳시는 이 책으로 부커상과 노벨 문학상 을 받았다.

소설 속 주인공 ‘데이비드’는 50대의 백인 남성 교수로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그는 제자였던 유색인종 학생 ‘멜라니’와 성 관계를 가졌단 혐의로 고발당한다. 학교 측은 그에게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죄는 인정하나 사과는 하지 않겠단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직장을 잃은 그는 외동딸 ‘루시’의 농장에 가 그녀의 일을 도우며 안정을 취한다. 그러던 중 세 명의 흑인이 루시 의 집에 침입해 데이비드를 폭행한 뒤 루시를 성폭행하고 떠난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데이비드는 뒤늦게 멜라니의 부모를 찾아가 무릎을 꿇으며 사죄한다.

이 소설은 백인 작가가 백인 주인공을 내세워 그가 아파르트헤 이트 폐지 후 사회적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그려냈단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쿳시는 소설 내내 데이비드를 제외한 다른 인물에겐 목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롯이 데이비드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기에 독자는 그의 뻔뻔하고 이기적인 생각에 더 쉽게 분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백인 기득권층의 위선에 대해 폭로하고 자 했던 작가의 의도와도 부합한다. ‘추락’을 읽으며 쿳시가 말하고자 했던 당시 백인 지식인의 이중성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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