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학생회(이하 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도는 과 학생회의 원활한 운영에 문제가 되고 있다. △정기총회 안건 가결 불가△학과 동아리(이하 과 동아리)와 학회 운영의 어려움△학생회 사업의 실패 등이 그 예다. 과 학생회에 대한 낮은 관심도가 학생 자치 전반에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과 학생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저조한 관심도가 미치는 영향△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과 학생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
과 학생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도는 학생사회 운영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외대학보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우리학교 학과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2%가 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저조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과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이유로 △과 학생회 사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65%)△불만족스러운 과 학생회의 업무처리(55%)△접하기 어려운 과 학생회 소식(30%)을 꼽았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졸업과 취업 준비 로 과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종국(사회· 정외 21)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졸업 요건이나 취업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게 돼 학과 내 사안에 관심이 적어진다”며 “저학년생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어 소속 학과와의 접점이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학과 학생회장단(이하 과 학생회장단)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 또한 과 학생회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보여준다. 독일어과와 한국어교육과는 지난해 2학기에 진행된 과 학생회장단 선거에서 학생들의 투표율이 투표 성립 기준을 넘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베트남어과△브라질학과△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아랍어통번 역학과△인도학과△일본어통번역학과△중국언어문화전공△중국외교 통상전공△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페르시아·이란어과△폴란드어과 는 선거에 입후보한 학생이 없어 과 학생회장단이 선출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노어과와 스페인어과는 투표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거 기간을 연장해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했다.
◆과 학생회 관심 저조의 영향
이처럼 과 학생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에 따른 낮은 투표율은 과 학생회 장단이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와 함께 과 학생회의 공약 이행 여부를 학생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칙 137조에 따라 공약이행평가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두고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한 뒤 학생들에게 공지한다. 그러나 과 학생회의 경우 공약 이행 여부 공시는 의무가 아니다. 단과대학들이 공약이행평가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두고 과 학생회의 공약을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평가 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공약 이행 검증이 지닌 한계는 과 학생회의 공약 이행 현황을 학생들이 파악하기 어렵게 해 과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와 신뢰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학과 집행기구의 여러 안건들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학과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정기총회에서의 가결이 필수적이다. 정기총회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선 학과마다 정해놓은 인원이 참석해야 한다. 학기가 시작하면 각각의 과 학생회는 정기총회를 개회하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가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2학기 △노어과△ 독일어과△행정학과는 정족수 부족으로 정기총회 안건이 가결되지 못했다. 강성택(서양어·노어 22) 노어과 학생회장은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하면 안건 가결이 불가해 학과 세칙 사안과 관련된 업무 집행에 지장이 생긴다”며 “이에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나 학과 관련 사안이 제대로 논의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 정기총회 불참으로 인해 학생회비 결산안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학생회 및 학과 내 동아리와 학회의 학생회비 사용 출처에 대한 감시가 모두 과 학생회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견제가 줄면서 학생회의 월권행위를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임종원(인문·사학 22) 씨는 “학생회의 예산 사용과 사업 진행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다”며 “정기총회나 학과 공지 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제고돼야 한다”고 전했다.
과 학생회에 대한 낮은 관심도로 학생회 사업이 원활히 운영되지 못한 경우도 존재했다. △국제통상학과의 과 돕바 사업△지난해 기획된 독일 어교육과의 짝선배·짝후배 프로그램△프랑스어학부의 1학년 연합 멤버십 트레이닝 등이 낮은 학생 참여율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다.
과 학생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도는 학과 내 동아리와 학회 운영에도 문제를 야기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대부분의 동아리와 학회가 활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오윤정(서양어·노어 22) 노어과 노래패 학회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동아리 활동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저조한 과 동아리와 학회 활동은 학과 소속감을 낮춰 학과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구조를 낳을 수 있다.
또한 과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이 학생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이하 총학) 중 △50대△51대△53대 총학은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됐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투표율 미달과 후보자 부재로 인해 11월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3월 보궐 선거가 진행되기도 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처럼 학과 행사 및 정기총회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과 학생회는 △ 반복적인 공지를 통한 정기총회 중요성 상기△안건 공지△정기총회 및 학과 행사 참여 인증 시 상품 증정 등의 방안으로 과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과 학생회는 학생회 정책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 제고를 위해 △간식사업△문화제△선 배들의 이중전공 신청 도움△짝선배·짝후배 행사 등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국제통상학과 학생회 관계자 A 씨는 “정기총회 결 의안건으로 선정될만한 사안은 학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에 되도록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과 학생회장단 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70.96%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로은(사범·프교 22) 프랑스어교육과 학생회장은 “학과에서 지정한 선거 성사 기준 투표율을 넘기기 위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며 투표 독려의 필요성을 전했다.
과 학생회는 학생들의 대표기구로서 학교와 학생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또한 학생자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학생과 학생회 사이의 건강한 견제 구조가 유지되고 과 학생회의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학생들의 관심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상헌 기자 06h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