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청년층의 당뇨병 유병률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이나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청년 당뇨병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뇨병은 더 이상 고연령층의 만성 질환이 아님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기사를 통해 청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당뇨병의 정의와 현황△청년 당뇨병 급증의 원인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당뇨병의 정의와 현황
당뇨병은 혈액 내의 포도당이 높아 소변으로 포도당이 넘쳐 나오는 데서 붙은 이름으로 우리나라 4대 성인병 중 하나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는 1형 당뇨와 인슐린은 생성되나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인 2형 당뇨로 분류할 수 있다. 당뇨병은 난치성 질환이기에 평생 관리해야 하며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그 증상을 알아채기 어려워 환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측면에서 무서운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중장년층의 만성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청년층 당뇨병 유병률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소아당뇨에 이은 청년 당뇨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0~30대 당뇨병 진료환자는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74% 증가한 14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HIRA(Health Insurance Review & Assessment Service) 빅데이터개방포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39세 당뇨병 환자는 △2017년 128,729명△2019년 152,292명△2021년 170,945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뇨병은 난치성 질환이기에 대체로 고령의 환자보다 젊은 환자가 더 오랫동안 당뇨병 환자로 살게 된다. 따라서 고령 환자보다 젊은 환자가 △뇌졸중△망막병증△신경병증△신장병증△심근경색△협심증 등 여러 합병증의 발병 위험이 더 크다. 또한 당뇨병은 세대에 걸쳐 유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경기일보에서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른 나이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며 당뇨병 예방을 위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청년 당뇨병 환자 급증의 원인과 문제점
당뇨병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나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비만△스트레스△식습관의 변화△운동 부족 등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가 포함되며 그 중 ‘식습관의 변화’가 최근 청년 당뇨병 환자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과다 포함된 음식부터 식사 후 가볍게 마시는 액상과당 음료까지 당뇨병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청소년 및 청년층 사이에서 ‘마라탕후루(마라탕과 탕후루)’라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자극적인 음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자극적인 식습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도 식습관 변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과 개인 인터넷 방송 및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보편화로 음식의 과소비 및 전시 행위가 매우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접근성은 늘어난 반면 신체활동은 줄어들어 불건강한 식습관을 야기하는 환경이 조성 됐다. 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제로 슈거(Zero Sugar)’ 식품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선 “제로 슈거 음료에 흔히 사용되는 인공감미료는 장기적으로 체중을 감소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제로 슈거 식품 또한 맹신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당뇨병의 전조 증상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 또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의 증상은 △다뇨(多尿)△다식(多食)△다음(多飮)이며 경우에 따라선 △가려움증△무기력증△시력 저하△체중감소△피로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증상이므로 간과되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대 당뇨병 환자의 80%와 30대 당뇨병 환자의 60%가 본인에게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이 병원을 찾지 않는 현상도 청년 당뇨병 환자 인지율과 치료율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뇨병은 혈당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기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거나 당뇨병 초기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내원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지난 1월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빈곤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9~34세 청년 중 최근 1년간 병원에 가지 않은 청년의 비율은 41.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47.1%)’ 또는 ‘병원비를 쓰는 것이 아까워서(33.7%)’가 꼽혔다. 결국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4명 이상이 시간적 또는 금전적 부담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이 때문에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청년 당뇨병 예방을 위해선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고 탄수화물과 지방을 과잉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해 식이요법의 효과를 항진시키고 혈당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식후 30분 동안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뇨병과 관련한 캠페인 및 체계적인 교육 기회도 확충돼야 한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선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 인식 조사’를 시행했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이번 조사 결과 20~30대는 당뇨병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률은 높았으나 △공복혈당△당화혈색소△식후혈당과 같이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인식률과 당뇨병 관리 실천율은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20~30대는 질병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해 당뇨병을 간과하기 쉬운 연령대이기에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를 추가하고 남녀 모두 35세부터 당뇨병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국가적 노력과 더불어 교육 기관에서도 △건강검진일을 병결로 인정하는 것△병원과의 제휴 협약을 통해 청년들이 큰 금전적 부담 없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보건실에서 교내 캠페인 및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것 등의 노력을 통해 청년 당뇨병 환자 급증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당뇨병 환자를 지원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이명수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국회의원은 대한당뇨병연합과 함께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 등 지원법’ 촉구 및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윤건호 전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이자 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대행은 “어린 시절에 혈당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원은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늘리는 등 환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며 “관련 교육이 병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교육 수가 인정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명희 전 대한당뇨병교육간호사회 회장이자 현 한국당뇨병전문관리자협회 이사는 “당뇨병 환자는 매일 여러 차례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며 “그에 따른 처치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는 문제로 커질 수 있기에 해당 법안을 통해 당뇨병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당뇨병의 날: IDF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급증하는 당뇨병으로 인한 건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1월 14일을 세계 당뇨병의 날로 지정함
이기쁨 기자 08gippeu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