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 초반 ‘세인트(Saint)’란 호칭과 어울리지 않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빈센트(Vincent)’를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빈털터리면서 도박과 유흥을 즐기고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지 않으며 말하는 빈센트였기에 그를 싫어하는 영화 속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를 고약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인 초등학생 ‘올리버(Oliver)’와 엄마 ‘메기(Megi)가 그의 옆집에 이사오기 시작하면서 빈센트의 진짜 내면과 사정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메기 대신 올리버를 돌봐주기 빈센트는 왕따를 당한 올리버에게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은 물론 ‘미움은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알려주며 누구보다 온전한 인생의 가치를 알려줬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내고 자신은 정어리를 먹더라도 반려묘에겐 고급 사료를 먹이는 그의 행동에서 그는 그저 표현이 딱딱할 뿐 따뜻한 내면으로 주변의 모든 존재들을 밝게 채워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인생 좌우명이며 동시에 남을 이해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의 말이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이다. 무심한 듯 다정하고 가벼운 듯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말은 상대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나 또한 그저 나와 성격이 다른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내 오해였음을 금방 알게 됐다. 나는 그저 빈센트의 성격 일부분만 보고 그의 모든 것을 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게 아니다. 하나를 보면 단지 하나를 안 것 뿐이다. 어쩌면 타인의 인생에 대한 섣부른 편견이 우리가 더이상 인간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모든 이들에겐 무엇이든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그만한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세인트’로 바라보며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자.
최소윤 기자 09so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