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언어 능력 시험’(이하 FLEX 시험)은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 중 하나다. 그러나 언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응시해야하는 이 시험이 오히려 많은 학생들에게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나아가 졸업 요건으로서의 FLEX 시험이 적절한 평가 수단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문제가 불거진 FLEX 시험△FLEX 시험의 구조 및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문제가 불거진 FLEX 시험
지난달 치러진 이번 해 마지막 시험인 FLEX 시험 이후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엔 FLEX 시험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글들에서 학생들은 FLEX 시험을 위한 ‘공부 환경 및 수단’에 대해 지적했다. 이 중 한 학생은 “듣기의 경우 저작권으로 인해 음성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 등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리학교에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인 인증 시험임에도 대비용 공식 교재가 출판된 지 오래됐으며 기출 문제 또한 제공되지 않는 것과 같이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FLEX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전문적인 강의 및 교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외대학보에서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91.3%가 ‘해당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그 중 73.8%의 응답자는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더불어 학생들은 공식 교재와 실제 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유형이 일치하지 않는다 점도 지적하고 있다. 위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우리학교 학생 A 씨는 “교재에서 다루는 문제 유형과 다르게 실제 시험이 출제돼 혼란스럽다”며 “교재와 시험 간의 문제 유형 차이로 인해 FLEX 시험이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단 불편도 지적됐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약 63.1%는 시험을 치르기 전 제공되는 안내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부족함에 대해 설문조사에 응한 B 씨는 “시험 전 날 알림 문자 등을 보내주는 등 타 언어 시험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수준의 안내는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신력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본 설문조사에서 ‘FLEX 시험이 해당 언어에 대한 이해도 및 구사 능력을 올바르게 반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26.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설문조사에 응한 C 씨는 “내가 이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시험 자체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FLEX 시험 결과의 활용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로 해당 설문조사에선 ‘스페인어의 경우 말하기와 쓰기가 공인 자격증으로 인정되지 않아 필요성이 떨어진다’란 의견을 비롯해 ‘일본어의 경우 JLPT(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가 일반적으로 어학 능력의 기준이 될 뿐 FLEX 시험은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와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일련의 불만에 대해 성승현 우리학교 외국연수평가원 과장(이하 송 과장)은 “다른 언어자격증 인정 관련 사항은 △외국어연수평가원△지식출판콘텐츠원△학사종합지원센터△학과 등 관련 부서가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센터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FLEX 시험의 구조 및 현황
이와 같이 학생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있는 FLEX 시험은 우리학교와 외국어연수평가원이 공동 개발한 시험으로 △독일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의 7개의 일반 언어시험과 △몽골어△아랍어△폴란드어△헝가리어 등 20개의 특별 언어시험으로 나뉜다. 여러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FLEX 시험은 각 언어 특성에 맞춘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로 구성돼 있다. FLEX 시험은 이를 통해 언어 능력 전반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각 언어 습득 목표에 따라 평가하고자 한다.
이러한 FLEX 시험에 학생들이 민감한 이유는 많은 어문학과의 경우 학과의 졸업 요건에 FLEX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학교의 많은 학생들은 소속된 학과의 요구에 맞는 FLEX 시험을 응시해야 하며 해당 시험에서 일정 기준 이상 점수를 획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27개 학과는 FLEX 시험을 졸업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한편 서울대학교의 SNULT(Seoul National University Language Test) 또한 졸업 필수 요건으로 요구되거나 외국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FLEX와 다소 차이가 있다. 자료 제공과 시험대비의 어려움에선 FLEX 시험과 SNULT 시험 모두 기출 문제나 학습 자료 제공이 매우 제한적이지만 SNULT 시험은 시험 유형과 난이도가 일정한 편이라 기존 응시자들의 후기를 통해 시험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앞서 상술한 문제로 인해 학생들은 FLEX 시험이 과연 졸업을 위한 공정한 평가 도구인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시험의 실질적 역할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험의 구조가 언어 전공자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FLEX가 충분한 실력 검증 없이 형식적인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한 시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졸업이란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FLEX 시험은 공정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적 가치가 있는 평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FLEX 시험 준비를 돕기 위한 자료와 연습 문제 제공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토익(TOEIC)을 비롯한 다른 공인 어학 시험처럼 기출문제와 유사 문제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실제 시험 경향을 파악하고 실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란 것이다. 실제로 위의 설문조사에선 ‘기출 문제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관식 응답이 주를 이뤘다. 나아가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유형과 교재 내용 간의 일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FLEX 시험이 공인된 자격증으로서의 효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주요 시험과의 차별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교수와 연계해 전문적인 대비 강의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 기본적인 안내 문자 발송 및 시험 안내 자료 제공도 시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성과장은 “교내 졸업시험 대비 학습 자료가 부족해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센터에서 시행하는 시험은 정책상 기출 문제를 제공하지 않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FLEX 시험의 개선은 단순히 졸업 요건을 넘어 우리학교가 지향하는 공정하고 신뢰성 높은 언어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중요하다. 학생들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해 FLEX 시험이 실질적인 언어 능력 평가 도구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언어 능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학생이 진정한 언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학교가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FLEX 시험이 앞으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도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학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윤 기자 09so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