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인가. 심리학자 로버트 스텐버그(Robert Sternberg)는 그 유명한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사랑은 열정친밀헌신으로 구성된다고 역설한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마리 위고(Victor-Marie Hugo)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이렇게 보면 사랑은 위대하고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4살의 프랑수아즈 사강(Franoise Sagan)은 “사랑에 대해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견디게 해 주는 것뿐이다”며 사랑의 허무와 덧없음을 강조한다.
39살이 된 주인공 ‘폴(Paul)(여자)’은 자신보다 어린 ‘로제(Ros)(남자)’란 남자와 몇 년째 교제 중이다. 폴은 이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 로제와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한다. 그러나 평범해 보이는 이들 사이엔 ‘권태’란 큰 장애물이 자라고 있었다. 로제는 늘 데이트 후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밤늦게 다시 거리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걷고 싶고 배회하고 싶고 어쩌면 늦은 밤의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여자를 찾는다.
그러던 중 권태에 젖어있던 폴에게 ‘시몽(Simon)(남자)’이란 25살의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시몽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철없고 어리석은 방식으로 구애한다. 데이트 중인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도 하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란 시답잖은 질문으로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이런 서툰 방식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그녀는 설렘을 느끼고 그와의 연애를 계속 상상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치 로제의 젊은 시절 같은 시몽과 만나게 되면 시간이 흘러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두려워진다. 즉 지금의 연인인 폴이 자신을 대하는 것처럼 나중에 시몽도 자신을 그렇게 대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이후 시몽과의 사랑이 발전하게 되지만 이를 눈치챈 로제는 그녀를 잡기 위해 자신이 한 모든 일들을 사과하고 눈물 흘린다. 사실 그의 사과가 중요하진 않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기에 로제에게 되돌아간다. 그녀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으니 이전보다 로제와 더욱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이전과 같이 저녁 식사에 늦는다는 로제의 전화를 받는다.
사랑은 허무하다. 로제의 뉘우침은 일시적인 것이며 시몽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불쌍해 보이는 폴도 결국은 자신의 마음을 이리저리 바꿨다.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든 쉽고 빠르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사랑의 영원성이 아닌 순간적인 열정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에 대해 “내가 믿는 것은 사랑의 열정이다”며 “그 이외엔 사랑의 그 무엇도 믿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어쩌면 사랑은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며 당장 내일 180도 바뀔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회피하기 위한 순간의 타오르는 열정일지도 모른다.
박진하 기자 08jinj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