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술이란 무엇인가> - 예술은 ‘감염’이다: 톨스토이가 던지는 예술의 본질 -

등록일 2025년09월17일 23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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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예술을 둘러싼 막연한 통념을 걷어내고 그 본질을 파고든다. 톨스토이가 내린 예술의 정의는 단순하고도 강력하다. 바로 ‘감염’이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작가가 경험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해 함께 느끼게 하는 인간의 활동이다. △비애△용기△평화△희열과 같은 거대한 감정부터 익살스러움이나 고요함 같은 소소한 감정까지 넓은 범주가 존재하지만 실상 그 종류와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느낀 감정이 △색채△선△언어△음향 등의 매개를 통해 관객에게 성공적으로 ‘감염’되기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란 것이다. 이는 예술이 미(美)나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닌 감정의 공유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근원적인 교류의 수단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훌륭한 예술 즉 더 강력한 감염을 만들어내는가? 톨스토이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감정 전달의 명확성△예술가의 진심△전달되는 감정의 개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진심이다.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얼마나 진실하게 전달되는지가 예술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인 것이다.

 

톨스토이의 정의는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그 본질을 날카롭게 묻는다. 전문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취미 활동 속에서 느낀 순수한 감동을 타인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톨스토이는 이러한 가능성을 긍정하면서 한편으론 목적 없이 기교만 연마하는 예술 활동이 인간의 삶을 쇠진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예술이 진정한 감정의 교류가 아닌 단순한 오락이나 허영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것이다.

 

책의 후반에서 독자는 큰 충격과 마주하게 된다. 톨스토이는 “우리 사이에 예술로 인식되는 것들에 어떤 희생도 바쳐져서는 안 된다”며 당대의 예술 대다수를 인류를 억압하는 잔인한 악으로 규정하며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당시 예술은 진실한 감염의 힘을 잃고 소수 상류층의 유희를 위해 복무하는 타락한 존재에 불과했다.

 

오늘날 그의 극단적인 결론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이 기교나 명성이 아닌 진실한 감정의 교류에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많은 이들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가장 위대한 예술은 가장 솔직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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