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은 타인과의 관계가 부재하거나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된 청년을 의미한다. 사회로부터 오랜 기간 격리되면 신체적·정신적 고립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상실까지 이어지기 쉽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심각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고립·은둔 청년 실태△고립·은둔 청년 증가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고립·은둔 청년 실태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타인과 대면교류를 하지 않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규정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간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를 ‘은둔’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인구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20 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 가운데 청년층은 34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1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4.5%로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최대 12만 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고립은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발생시켜 타격이 매우 크다. 우선 고립된 환경은 전반적인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 한국청소년정 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신체 및 건강 면에서 고립 유무에 따라 건강 점수에 차이가 존재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청년들은 5점 만점에 4.1점의 평균 건강 점수를 받은 반면 오랜 기간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은 3.5-3.9점의 평균 점수를 받으며 신체 건강 상태에 대해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신 건강 면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년 가운데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 된 청년 비율을 살펴본 결과 33.7%의 청년이 과거 고립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고립된 삶으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기도 한다. 장기적인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들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자의적으로 사회참여를 거부하거나 사회 참여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고립됐다. 이는 개인적·직업적 역할의 상실로 이어져 고립·은둔 대상자와 사회 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러나 이전까지 사회적 고립은 주로 노년층의 문제로 여겨진 탓에 고립· 은둔 청년에 대한 선행연구 및 실태자료는 매우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 지표와 합의된 정의도 존재하지 않아 정책을 관리 및 집행하는 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규상 고립·은둔 청년용어△ 조사기관별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의 및 구분 기준△지자체별 고립·은 둔 청년 관련 조례 용어가 상이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정부△민간△지자체 간의 사각지대 및 충돌이 발생했다. 또한 고립·은둔은 특성상 개인적 요인과 사회·문화·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 지원책은 단편적인 지원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직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까진 어려운 실정이다.
◆고립·은둔 청년 증가의 원인
고립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취업난이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청년 실업률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전체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은 2.82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국가들 중 상위권을 기록하며 OECD 평균인 2.08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만큼 취업 준비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취업 준비 기간에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고 취업에 실패할 경우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고립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취업여부는 단순히 경제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사회적 입지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본인의 의사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은 49만 7,000명으로 통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년기에 경험한 부정적인 환경이 청년 고립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한국사회복지학회의 ‘청년 은둔형 외톨이의 경험과 발생원인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6개월부터 4년 정도의 기간 동안 은둔 생활을 겪은 20대 후반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여자들의 양육자들은 △방관적△억압적△통제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참여자와의 정서적인 유대감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엔 학교에서도 동질감을 쌓을 수 있는 대상이 부재해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된 참여자도 존재했다. 이들 모두 소외감이 늘어난 반면 소속감은 감소된 상태였다.
대인관계의 어려움 역시 청년 고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기복지재단의 ‘2021 경기도 청년연구 공모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외동 자녀들이 늘어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19-39세 고립·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은둔 생활의 요인을 살펴본 결과 △관계 맺음에 대한 두려움△도움 요청의 어려움△협소한 대인 관계 등이 청년의 대인관계형성에 걸림돌로 작용해 사회적 고립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주로 만나는 사람이 한두 명 밖에 없는 좁은 대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실질성이 떨어지는 기반 시스템과 부재한 고립·은둔 청년 관련 제도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020년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여전히 △자립△장애△실업 등은 청년 주체의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법안이 만들어져야 지원 센터나 프로그램을 통한 직접적인 정책 지원이 가능해지지만 법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이 정책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정부와 지자체에선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최대한 힘 쓰고 있다. 정부는 구직 포기자 및 고립·은둔 청년 등의 취약 청년들이 구직 및 자립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청년도약준비금’이란 제도 신설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의 안전을 위한 공동생활숙소 조성 및 고립·은 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복지 체계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고립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도 단계에 들어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까지는 고립 청년들을 찾아내는 체계적인 제도가 많이 부족했다”며 “청년들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법적 △기회△조직△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도 고립 청년들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청년 재단은 지난 2015년에 설립된 국내의 민간단체로 사회적 고립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사례인 ‘청년 체인지 업(Change Up) 프로젝트’는 고립청년들의 하락한 자존감 회복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자립 프로그램이다. 해당사업은 가족관계에 어려움이 있거나 환경변화가 필요한 경우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지원해 사회적 관계 형성 경험을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1대1 상담을 제공해 집중적인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 심리적 안정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 고립을 해결하려는 해외의 사례도 주목받는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세 차례 실태 조사를 진행해 고립 청년 인구수와 연령대 별 비율을 단계적으로 파악했다. 더불어 ‘고립 청년 지역 지원 센터’를 설립해 각 지역의 고립 청년들이 쉽게 상담 받고 △고용△보건△복지△의료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고립 청년들의 수가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민간△정부△지자체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다.
윤성민 기자 06seongm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