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e)스포츠 통역의 선구자 박지선 통역사를 만나다

등록일 2021년09월01일 01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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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사회·미디어 14) 통역사는 지난 2017년, 재학 중 방송국 ‘스포티비 게임즈’의 통역사로 선발돼 통역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우수한 통역 실력으로 전 세계 이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직까지 이스포츠는 우리에게 생소한 분야다. 이스포츠계 최고의 통역사인 박지선 통역사의 발자취를 살펴보자. 

 

 

Q1.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를 열심히 다니진 않았어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창 시절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 오니 번아웃을 겪었어요. 그래서 수업도 잘 듣지 않고 휴학도 몇 차례 했죠. 그러다 재학 중 우연히 이스포츠 통역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주 2회 통역을 했는데 점점 일이 많아졌고 학교에 다니며 출장을 가는 일도 비일비재했어요. 국제대회 통역이 시험 기간이랑 겹칠 땐 일을 마친 후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 시험을 보기도 했죠. 간신히 출석 일수를 맞춰 졸업했어요.  

Q2. 언론정보전공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역사의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통역사란 직업을 꿈꾸며 살아온 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 공부했기 때문에 확실한 꿈이 없었죠. 대학도 성적에 맞춰 입학해 명확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그냥 좋은 회사에 들어가 남들처럼 살겠단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 이스포츠 경기를 보고 게임을 취미로 삼기 시작했어요. 이후 우연히 이스포츠 통역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영어 실력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이스포츠 통역사 업무에 지원했고 운 좋게 붙어 일을 시작하게 됐죠.

Q3. 대학생 때 했던 활동 중 현재 통역사로 활동하며 도움이 된 게 있나요?

학교의 통번역 수업이 도움이 됐습니다. 대학생 때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무모했던 면이 있었어요. 영어와 한국어를 잘하면 당연히 통역도 잘 할 수 있다고 착각했죠. 처음 맡았던 업무가 한국어 인터뷰에 영어로 더빙하는 동시통역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동시통역을 처음 해보니 통역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초반엔 많이 위축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통번역 수업을 찾아봤어요. 마침 우리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단기 기초 통번역 수업이 있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기초지식 없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통번역 업무를 시작했단 게 부끄러워 3개월간 기초 통번역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통번역 수업을 마친 뒤 열린 대회에서 영어중계 캐스터로부터 실력이 좋아졌단 칭찬을 받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중전공으로 독일어를 공부했던 것도 유용했어요. 유럽에서 대회가 진행될 때 독일을 갔는데 독일어를 배운 덕분에 소통에 무리가 없었죠. 몇 주 지내보니 배웠던 독일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중전공이라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Q4. 이스포츠 통역이 생소한 독자를 위해 이스포츠 통역이 어떤 업무를 맡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이스포츠 종주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각지에서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죠. 이스포츠 국제대항전은 매해 네 번 정도 열려요. 국제대항전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러 해외 언론사에서 우리나라 선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미국이나 유럽 선수의 인터뷰나 경기 각오 또한 제가 맡아 통역과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우리나라 대회의 해외 방송 더빙도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리그가 전 세계로 송출되는데 수훈선수 인터뷰 같은 경우엔 제가 인터뷰를 영어로 더빙합니다. 경기 중계를 통역할 순 없지만 그 외 영어 송출 관련 업무는 다 맡고 있어요. 영어 자막 제작이나 영어 자료 검수도 마찬가지예요. 업무량이 굉장히 많지만 좋아하는 일이라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여러 분야의 통역 중 이스포츠 통역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게임을 좋아해 게임 분야 통역은 자신 있었어요. 게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만이 이스포츠 통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스포츠 통역을 하려면 이스포츠의 역사적 흐름이나 선수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아야 해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정보를 사전에 습득한 상태였어요. 또한 통상적으로 이스포츠 통역을 하기 위해선 4개의 언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 말과 영어뿐 아니라 양쪽 언어의 게임 용어를 다 알아야 자연스럽게 번역을 할 수 있어요. 게임을 직접 하며 이런 부분이 체화됐고 돌발 상황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Q5-1. 아직 생소한 이스포츠 통역을 선택했을 때 주저하거나 두렵지는 않았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행운이라 생각했어요. 대학생 때 이 일을 시작했기에 실패해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단 안정감이 있었어요. 처음 통역을 시작할 땐 급하게 대체자가 필요해 뽑힌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이 기회를 잡으면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겠단 확신이 있었죠.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6. 통역사로 활동하며 꾸준히 노력하고 계신 점이나 습관 등이 있나요?

△어휘력△전달력△표현력을 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휘력 상승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어요. 해외 방송을 담당하니까 외국 해설진이 사용하는 모르는 영어를 풀어쓰는 표현을 익히려고 해요. 통역사가 직업이 되니 영화를 보더라도 항상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바로바로 메모하고 기억하려 노력하죠. 이스포츠가 인터넷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영어권에서 쓰는 인터넷 유행어를 잘 알기 위해 SNS로 정보를 습득하기도 해요. 학문적인 접근뿐 아니라 실생활 속 자연스런 접근을 통해 전달력과 표현력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7. 과거엔 통역사가 단순히 통역만 했지만 지금은 이스포츠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등 이스포츠 산업 내에서 영향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이스포츠 통역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통역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단 말이 두렵긴 해요. 하지만 이스포츠 통역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진행에 차질이 생겼지만 이스포츠 경기는 네트워크 연결만 된다면 대회 진행에 무리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국제대회가 이전보다 더 활성화되기도 했어요. 언어적 수요가 아직 많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Q8. 마지막으로 통역사를 꿈꾸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재학생들에게 졸업생으로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대학이란 안전한 울타리를 믿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학생은 뭔가 시도해서 실패해도 다른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다양한 것들을 찾아보고 활용하세요. 이스포츠 계열도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많으니 이스포츠 관련 직업을 꿈꾼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김현익 기자 01hyuni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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