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후 치열하게 달려온 내겐 반환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 로마에서 수업을 들으며 생활하고 싶단 생각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 후 2018년 2학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로마국립대학교(Sapienza Università di Roma)(이하 로마국립대학)로 떠났다. 로마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매 순간이 새로웠다. 로마국립대학은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아 거주할 곳을 미리 구해야 했다. 그러나 막연한 자신감으로 개강 전 일주일간 지낼 방 한 칸만 구한 채 로마에 도착했다. 현지 중개인과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가격△거리△청결도△치안△학교와의 거리 등 여러 기준을 충족시키는 괜찮은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의 소개로 수녀원에서 한 달간 머물 수 있었다. 짧은 수녀원 생활이지만 가톨릭 국가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꼈고 이탈리아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환경에서 현지생활을 시작했단 점이 뜻깊었다. 로마국립대학에선 시간표를 확인하고 원하는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수업의 수강 여부를 선택했다. 한국과 달리 별도의 수강신청은 없었고 학기 말 시험을 통과하면 학점을 인정받았다. 여러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교환학생을 위한 이탈리아어 B2△이탈리아 영화△현대미술 수업을 수강하기로 결정했다. 학점으로 계산하면 21학점이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개인 공부시간도 학점에 포함시켜 실제 수업시간은 절반 정도였다. 물론 현지인과 같은 속도로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수업에서 만난 교환학생과의 자료 공유△영어 원서 읽기△옆자리 친구에게 질문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다행히 시험을 통과했다. 수업 후엔 △그리스△슬로바키아△영국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 앞 서점과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식전주인 아페리티보(aperitivo)를 함께 마시거나 로마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회를 봤다. 가끔은 혼자 작은 성당부터 한적한 광장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멍하니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길거리에서 먹던 젤라토와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악기 연주 소리 모두 로마만의 정열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엔 이탈리아 내 다른 도시와 유럽의 여러 국가를 여행했다. 여행비용 마련을 위해 점심엔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를 먹고 저녁엔 집에서 파스타를 해먹으며 돈을 아꼈다. 제일 싼 비행기 표를 구매한 후 공항 노숙과 다인실 게스트하우스 이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번은 혼자 이탈리아 소도시로 여행을 갔는데 우연히 한국에 관심이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 친해진 당일 이탈리아 가족행사를 함께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로마의 다소 느린 행정 절차와 몇몇 인종차별 등 생활에 있어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교환학생을 떠난 것은 대학생활 중 최고의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학우도 우리 학교만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노우진(통번역·이탈리아어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