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지난 3일 대면 수업이 끝난 후 학교 본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우리학교 풍경이 낯설어 사진을 찍었다. 입학 후 많은 학생들로 북적인 우리학교의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봄을 맞은 캠퍼스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사람들의 활기가 가득 느껴졌다. 비록 다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말소리에서 느껴지는 설렘을 체감할 수 있었다.
3월의 시작과 함께 외대학보의 개강호도 발행됐다. 말로만 듣던 밤샘 마감을 처음 경험한 후 나온 신문이었다.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이 신문 한 면에 실린 것을 보니 첫 마감의 힘듦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단어 하나와 문장 한 줄을 위해 고심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동시에 사람들이 지나가며 학보를 집어가는 것을 보고 외대학보 기자란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또한 외대학보에 들어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외대학보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지난해 기자의 삶을 그린 드라마 ‘피노키오’를 보고 언론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마침 외대학보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봤다. 그날이 모집 마감 하루 전날이었기에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바로 용기를 내어 신청했고 운이 좋게 합격해 외대학보의 일원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대학보에 대한 내 열정은 증가하고 있다. 요즘 내 머릿속은 학보로 가득하다. 틈날 때마다 다음 제안서에 어떤 주제를 쓸지 고민하는 날 보며 외대학보가 일상에 스며든 것을 체감한다. 또한 외대학보 경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기사 취재를 위해 처음 직접 가 본 장학금 수여식 현장에서도 느낀 바가 많다. 현장엔 우리학교 동문회보 기자님도 계셨다. 취재원 인터뷰를 할 당시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떨리고 막막했다. 그때 동문회보 기자님이 능숙하게 취재원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기자가 취재원 인터뷰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몸소 배웠다. 기자의 자질을 배울 수 있었던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10대 때를 돌아보면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고 적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기존의 생활을 항상 유지하고자 했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을 꺼렸다. 그렇게 20대가 됐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해 많은 것이 제한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조금은 재미없고 무료한 내 삶이었기에 마주하는 매 순간이 예측 불가능한 외대학보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기자란 직업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외대학보 생활이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대학생일 때 한 활동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내가 어떤 일을 하던 외대학보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시작한 방중 교육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학보에서의 생활도 세 달째다. 그동안 한 번의 마감을 진행했고 한 번의 신문이 발행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학보 기자로서의 출발선에서 발을 뗐으니 이미 반은 온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은 부족한 기자지만 더 노력해서 학보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꾸준히 발전하는 성실한 기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