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급하게 무언가를 사야 할 때 별다른 고민 없이 편의점으로 향한다. 편의점은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부터 간편 조리식품과 필기구까지 웬만한 것들은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책 ‘불편한 편의점’ 속 ‘ALWAYS 편의점’은 우리가 아는 편의점과 달리 불편하다. 판매되는 도시락과 맥주의 종류도 주위의 다른 편의점보다 다양하지 않지만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편해야 할 편의점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새로운 알바생 ‘독고’ 씨 때문이다.
계산할 때 말곤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는 편의점은 독고 씨가 등장하고부터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는 손님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새벽에 항상 편의점에 오는 손님을 위해 도시락을 남겨놓고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겐 술을 끊으라며 옥수수수염차를 건넨다.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은 이런 독고 씨의 친절이 고마우면서도 조금은 과한 참견엔 불쾌함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독고 씨의 말과 귀가 그리워 편의점에 다시 찾아오게 된다. 독고 씨는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줬을 뿐이지만 그들은 독고 씨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다. 편의점에 오는 손님 모두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다. 작가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희극작가 준비생△사업에 실패한 청년△상사의 갑질로 힘들어하는 회사원△취업을 못 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편의점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는 공시생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간다.
요즘 사회를 보면 진정한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사회 내 계속되는 세대 갈등과 남녀갈등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모두 소통의 부재 때문에 일어난다. 서로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면 갈등이 훨씬 완화될 텐데 그러기엔 우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학창 시절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그 누구도 경청하는 법을 알려주진 않았다. 부족한 경청 능력은 사람들을 진정한 대화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최근 한 달여 간 중복학과 폐과존치 관련 사안으로 우리학교가 소란스럽다.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엔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학생이 서로를 비방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모두 상대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이를 보며 올바른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대화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독고 씨와의 대화 안에서 치유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정답이 경청이란 것을 알려준다. 독고 씨의 말처럼 결국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작가는 그의 참견과 경청이 이뤄지는 공간을 편의점으로 한정 짓고 있지만 사실 이 작고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닮아야 할 모습일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 우리 모두 상대의 말에 기꺼이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대개 불편하지만 따뜻하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