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란 어떤 것의 끝이다. 세상엔 수많은 형태의 종말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피하고 싶은 종말이 있다면 바로 삶의 종말일 것이다. 삶의 종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마지막을 의미한다. 종말의 순간에서 우리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두려움을 느끼고 종말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치거나 종말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종말에 대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인 교수 ‘랜달 민디’가 지구로 접근해 오는 소행성을 발견하면서 종말을 앞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지구 종말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렇듯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은 서로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종말을 맞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두 부류의 사람들은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그들은 지구 종말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소행성을 향해 총을 쏜다. 혹은 의연한 태도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거나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을 멋지게 휴대전화 사진으로 담으면서 최후를 맞는다. 지구 종말 앞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는 오늘날 불치병과 노화 같은 수많은 방식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들 사이에서도 의연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편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혼신의 노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종말의 순간은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일까. 오히려 태어난 순간 종말의 시간이 시작됐고 우린 모두 종말의 순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종말의 순간은 끝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우린 그러한 두려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삶의 종말을 무조건 인생의 섭리로 받아들이지는 말자. 그렇다고 삶의 종말을 피하려고도 하지 말자. 삶의 종말이 올 때까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종말을 향해 나아가자. 우리 앞에 종말의 순간이 닥쳤을 때 우린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할까. 종말 앞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윤성민 기자 06seongm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