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를 보고] 이상과 현실의 균형

등록일 2024년02월28일 18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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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때때로 이상을 추 구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 이상을 추구하지 않고 현실을 사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Δ가족Δ돈Δ명예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다. 힘든 삶을 살아가며 이상을 추구하는 것과 현실에 집중하는 것 중 무엇이 옳을까? 혹은 현실과 이상을 다 얻을 순 없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인 로만(Roman)은 동업자 윌리엄(William)과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변호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윌리엄이 혼수 상태에 빠지고 회사가 더 큰 기업에 인수돼 그는 실업자가 된다. 오로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 개혁이란 이상만 바라보던 그에겐 가족도 직장도 돈도 없다. 간신히 자신의 회사를 인수한 기업에서 일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그의 직설적인 성격은 동료들과의 불화를 야기해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그는 평생 이상만 바라보다 혹독한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났지만 그가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공연 티켓 2장뿐이었다. 그렇게 비참함 속에 살던 그는 결국 현실과 타협한다. 자신이 변호하는 피고인의 증언을 유출한 대가로 10만 달러를 불법 수취하며 단숨에 부자가 된 것이다. 이후 비싼 수임료로 변호를 맡으며 말 그대로 ‘속물’이 돼간다. 그러나 그의 이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가 피고인의 증언을 유출한 대가로 돈을 받았단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불안에 떨며 도망치던 중 그는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단 것을 깨닫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 개혁 문서를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로만은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발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변호하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반대편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더욱 흔들렸습니다. 마음이 유죄가 아닌 이상 행위만으로 유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스스로를 용서하고자 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자신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세력에 의해 죽는다.

 

이상을 좇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 로만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삶을 희생한 것은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 또한 돌봐야 한다. 아무리 타인에게 존경 받더라도 가난에 지쳐 스스로 비참함을 느낀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로만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즉 반대편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약간의 흔들림으로도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시간적 여유Δ최소한의 물질적 부Δ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희생해야 할 현실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인 것이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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