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안전’ 그 둘이 충돌한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더욱이 빨라지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논쟁도 매우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텔레그램(Telegram)을 둘러싼 논란은 이에 맞닿아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점화된 ‘딥페이크(deepfake) 디지털 성범죄’는 전 국민에게 공포를 안겼다. 이와 더불어 해당 범죄가 이뤄지는 곳이 주로 텔레그램이란 점이 알려지자 일부는 텔레그램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텔레그렘이 범죄에 주로 이용되는 이유는 8면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성과 이에 따른 익명성에 기인한다. 이와 더불어 텔레그램이 각국의 수사기관에 쉽게 협력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텔레그램은 여러 사람의 비난을 받고 우리의 디지털 무대에서 퇴출돼야 할 존재인 것인가?
잠깐 눈을 돌려 지난 2019년의 홍콩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홍콩의 민주화 시위 지도부는 문제의 텔레그램을 사용해 시위를 기획전개했다. 지난 2022년의 이란 민주화 시위의 지도부 또한 텔레그램을 활용해 집결 시간과 장소를 전파했다. 이와 같이 어느 한 곳에선 텔레그램의 △보안성△수사 비협조△익명성은 정치권력의 압제에 대항하기 위한 약자의 절실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다. 고액의 보석금을 납부한 후 풀려난 그는 “각 국가와 규제 관련 합의에 실패한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 돼있다”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기능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프랑스 수사당국의 움직임이 과연 어떤 나비효과를 초래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로 인해 텔레그램이 사용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데 위축된다면 부당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정치적 약자들에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텔레그램 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들은 심각한 일임에 틀림없다. 범죄의 표적이 된 피해자들에게 있어 텔레그램이란 공간이 주는 위협은 ‘약간의 위협’이 아닌 ‘심각한 위협’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위의 이유로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수많은 정치적 약자들에게 있어 텔레그램의 상실은 ‘심각한 위협’일 것이다. 양쪽의 ‘심각한 위협’ 모두 보장하기 위해선 어떤 ‘나아가야 할 방향’이 필요할까. 이뿐만 아닌 수많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금, 가장 처음 언급한 질문에 대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남우현 편집장 07wo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