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모든 학부생을 대상으로 성적 열람을 위해 강의평가를 필수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강의평가는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와 수업 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로 운영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학교의 강의평가 제도가 학생들의 피드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학교 강의평가 운영 현황△강의평가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강의평가 운영 현황
우리학교는 매 학기 모든 학부 강의를 대상으로 중간 및 기말 총 두 차례에 걸쳐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각각의 평가는 해당 시험 종료 직후 약 일주일간 진행되며 중간 평가는 자율 참여 형식으로 이뤄지지만 기말 평가는 성적 열람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의무 참여에 가깝다.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숫자형 평가뿐 아니라 서술형 의견도 함께 작성해야 한다. 문항 수는 총 13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강의평가의 결과는 단순한 학생 만족도 조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우선 교수자의 강의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피드백 자료로 활용되며 △강의 개선 지원사업△교원 업적 평가△재임용 심사 등 교내 주요 행정 의사 결정 시 참고 자료로도 기능한다. 이외에도 강의평가는 학과나 단과대학 차원에서 교육의 질을 평가하거나 정책 개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기초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학생 입장에서 해당 강의평가는 수업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일부 평가 결과는 차기 학기 수강 신청 전 공개되어 강의 방식이나 수업 난이도 등에 대한 사전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편 교수자에겐 수업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Feedback)을 받을 수 있는 통로이자 자신의 교수법을 점검하고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처럼 강의평가는 단순한 절차를 넘어 학생과 교수자 모두에게 중요한 교육 개선의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강의평가의 문제점
실제로 외대학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의평가를 작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성적 열람을 위해’가 73.3%로 가장 많았으며 ‘수업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는 20%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다수의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평가의 목적이 교육 개선보단 단순히 성적 열람을 위한 행정적 절차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강의평가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평가의 실효성이 낮아 무력감을 느끼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강의평가 결과가 실제 수업 개선에 반영이 되는지’에 대해 ‘거의 없다’가 53.3%를 차지했고 ‘교수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는지’란 물음에 ‘전달 여부가 불투명하다’가 60%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담당자(이하 담당자)는 “우리 대학에선 이미 학생들에게 강좌 선택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 동안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만 수업 개선점 반영 여부의 경우 단기간에 체감하기 어렵고 수업 특성이나 교수자의 역량에 따라 변화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며 “실제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을 학생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교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수자와 대학 행정기관 내에서도 제도 운영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백승훈 우리학교 중동연구소 교수(이하 백 교수)는 “개인적으로 보건데 강의평가는 꼭 필요한 제도지만 평가 결과가 실제 수업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다”며 “문항의 모호함과 성의 없는 응답 등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담당자는 “강의평가는 교수자와 학생에게 각각 수업 개선의 기회 및 역량 향상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많은 학생들이 성적 열람을 위해 강의평가를 형식적으로 작성하고 있단 비판에 대해 교육혁신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세미나(Seminar)△실습△토론△프로젝트(Project) 등 강의 방식이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모든 수업에 동일한 강의평가 문항이 일괄 적용된단 점에서 아쉬움이 제기된다. 물론 원어 수업과 한국어 수업처럼 일부 구분은 이뤄지고 있지만 수업의 성격이나 활동 중심 여부에 따라 문항을 세분화하는 체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단 입장을 밝히며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담당자는 “2021년 정책연구를 통해 △수업 설계△방법△성과 순으로 3요인 체계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공통 요소 위주의 신뢰성 있는 평가 체계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학생 중심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교수자의 전문성과 교육 목표가 희생될 수 있단 점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제△사회과학△정치 등 각기 다른 분야와 강의 방식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항 체계는 수업의 특수성을 왜곡할 수 있다”고 수업 유형별 맞춤형 평가 문항의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또한 강의평가 결과 조회의 홍보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목 선택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며 강의평가 결과는 교과목 선택을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수강신청 기간 1주 전~수강 정정 종료시까지)동안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내용은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정보△수업 및 성적△강의평가 및 결과 공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우리학교 A씨는 “강의평가 결과가 학생들에게 공개된단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또한 강의평가 결과 공개에 관해 홍보를 묻는 질문에 “학교 차원에서 개별 안내 문자 발송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제안이 나왔다”고 생각을 전했다.
일부 교수들 역시 강의평가의 부실한 내용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학교 A교수는 “악담에 가까운 표현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며 일정 성적 이상을 성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한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백 교수도 “서술형 문항이 교육적 성찰을 위한 수단이 되기보단 감정적 해소 창구로 기능할 때 교수자로서 심리적 부담과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하며 “서술형 평가의 취지를 살리되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터링(Filtering) 기준 마련이나 학생 대상 평가 지침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혁신센터 역시 같은 우려를 표했다. 담당자는 “강의평가에 감정적인 표현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교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며 “이러한 표현은 자동 시스템을 이용해 사전에 삭제하거나 애초에 교수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의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의평가 반영 결과에 대한 피드백(53.3%)△강의평가 결과의 학생 공개(20%)△중간 강의평가 제도 도입과 평가 작성 후 인센티브(Insentive) 제공이 각각 13.3%씩을 차지했다. 즉 교수의 강의평가 반영 여부 및 학생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강의평가 실효성 향상에 가장 중요히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균관대학교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성균관대학교는 강의평가 결과와 함께 교수자의 피드백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강의 평가에서 제기된 의견에 대해 교수자가 직접 수업 반영 계획을 작성하면 다음 학기 학생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평가 자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수업 유형별로 맞춤형 문항을 구성해 △실습△세미나△프로젝트 수업 등에 특화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수업 유형에 따른 맞춤형 강의평가 문항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습실험 수업엔 실습환경이나 조교의 질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며 프로젝트 중심 수업엔 협업 구조나 과제 분배에 대한 문항이 추가된다. 이러한 세분화된 질문은 수업의 특성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단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백 교수는 “△결과의 제한적 공개 및 해석 가이드 제공△수업 특성별 맞춤형 문항 도입△학생 대상 평가 교육 강화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의평가가 교수자의 자율성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교육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제도의 구조적 보완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처럼 다른 대학들은 강의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방식과 활용 구조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는 강의평가를 단순한 절차가 아닌 교육 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학교 역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수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의평가 제도의 투명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