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 현상은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대두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이유로 △경제금융 과목 선택 환경의 문제△경제금융 관련 수업의 부족△디지털 금융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현황△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원인△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현황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대~70대를 대상으로 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70대 다음으로 20대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두 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20대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금융이해력 점수는 62.6점으로 지난 2022년에 비해 1.6점 하락했으며 전 세대 평균인 65.7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금융 행위 부문에선 전 연령대 중 20대 청년층이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론 현재 재무 상황 점검 및 장기 재무 목표 설정 항목에서 지난 2022년 같은 조사에 비해 각각 22.6점 및 11.9점 하락해 전 연령대 평균을 하회했다. 이는 20대 청년층의 경우 실생활에서 금전 관리와 금전 계획 수립에 취약하단 점을 의미한다. 금융 지식 및 금융 태도 부문에서도 각각 73.3점과 50.8점을 기록하며 20대 점수는 전 세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나 △돈은 쓰기 위해 존재한단 인식△미래보다 현재 선호 성향△저축보다 소비 선호 성향이 모두 20대 청년층에서 두드러지면서 금융 태도 내 모든 항목에서 전 연령층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20대 청년층이 규모 있는 금전 관리보단 소비에 집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Digital) 보안 민감성에 관해 묻는 ‘디지털 금융이해력’ 분야 역시 44.8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이는 디지털 금융의 활용도가 높은 청년층이 정작 디지털 금융 보안에 대해선 둔감하단 점을 시사한다.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부족은 청년층의 과도한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나 재무 상황 점검과 장기 재무 목표 부재 시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무리한 채무를 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미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부채 보유 청년들의 평균 부채액은 약 1억 5,500만 원에 달했다. 청년 가구 부채 역시 지난 2012년 대비 지난 2021년엔 2.6배로 증가하는 등 꾸준한 상승률을 보였다. 보고서에선 “주거 목적이 아닌 부동산 및 금융자산 투자를 위해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이 보인다”며 “빚을 내서 투자할 시 향후 자산 감소 및 부채 증가로 사회적 약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원인
청년 금융이해력 부족의 주된 원인은 실효성 있는 금융 교육의 부재다. 우리나란 현재 고등학교 때부터 금융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데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선 경제 관련 교과목이 △경제△금융과 경제생활△인간과 경제활동으로 구성돼 있으나 경제 과목은 금융 관리와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보단 거시 경제 및 국제 경제 등 거시 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과 경제활동 역시 의사결정 원리 및 경영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청년들의 실질적인 금융 관리를 돕긴 어렵다. 금융과 경제생활의 경우엔 그나마 △수입과 지출△신용과 위험 관리△저축과 투자 등의 실질적 금융 교육에 도움을 주는 목차로 구성돼 있으나 필수 교과가 아닌 융합 선택 과목으로 분류되면서 큰 실효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선 변별력이 낮은 절대 평가 과목에 대한 수요가 낮아 강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릿지경제에 따르면 사회과 교사 A 씨는 “융합 선택 과목은 절대평가 방식이기에 성적에 변별력을 주지 않아 학생들이 듣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적어지면서 경제 및 금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역시 이유로 지적된다. 실제로 이번 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사회탐구로 경제 과목을 선택한 비율은 전체 응시자 대비 1.3%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고등학교 내에서 선택과목의 개설은 최소 15명 이상이 특정 과목을 선택해야 이뤄지는데 수능 선택과목 비율에 비춰봤을 때 다른 입시 위주의 사회탐구 외에 경제 및 금융 과목이 개설될 확률은 매우 낮단 것이다.
경제 및 금융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부족 역시 경제 및 금융 교육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해 4월 1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회과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이 금융과 맞지 않아 금융 과목 도입을 꺼리는 것이 발견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수 역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이미영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경제금융 교과는 수업 내용도 난도가 높아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융 환경으로의 전환이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부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해 금융 상품으로의 접근은 용이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디지털 금융 보안에 관한 이해력도 저하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학교 B 씨는 “온라인 뱅킹(Online Banking) 등 디지털(Digital) 금융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자주 이용해 이용 약관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되다 보니 금융 보안과 관련된 이용 약관이나 거래 조건 등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의 사용 빈도가 높아져 편의성이 증대된 만큼 올바른 금융 정보 이해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 금융 이해력 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선 청소년 시기 금융 교육의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본 지점과 학교가 결연을 맺어 금융 교육을 지원하는 1사 1교 금융 교육 내실화 및 금융과 경제생활의 안착을 위해 힘쓸 것을 밝혔다. 청소년을 위한 체험형 금융 교육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례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23일 ‘2025 OECD 국제 금융 교육 주간’을 개최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체험형 교육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거래 및 금융 진로 체험교육△체험형 보험 교육△초등학교 교사 참여 보험 교육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실질적 금융 체험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청년층을 위한 금융 교육 역시 필요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25 금융 교육 활성화 세미나’에서 “학교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저축△주택 계약△투자 등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원스톱(One-Stop) 청년 금융 컨설팅센터(Consulting Center)를 마련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들이 △기초 재무 진단△신용부채 관리 컨설팅△재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실용 금융 강좌 개설에 신청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생을 위한 실용 금융’ 교재를 지원하는 등 대학 내에서 실용 금융 강좌가 열릴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청년 개인의 금융 이해력 함양을 위해 ‘2024 국민 금융이해력 보고서’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1:1 재무 상담 시행 및 ‘e-금융 교육 센터(Center)’를 활용한 금융 교육 콘텐츠(Contents)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대 청년층을 위한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금융 교육 역시 활성화 돼야 한다. 우리학교의 경우에도 훕스어빌리티(Hufsabilty)를 통한 금융권 취업 특강 등의 비교과 프로그램(Program)은 활발한 편이지만 금융 교육 자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학교 차원에서 실질적인 금융 지식을 다룰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금융 교육 사례 역시 참고해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초등학생의 사회 교과에 금융 교육을 포함해 지난 2014년엔 필수 교과목으로 중고등학생을 위한 금융자산 관리와 소비자 권리 및 책임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3년부터 대국민 금융 교육 프로그램 ‘머니 센스(Money Sense)’를 구축하여 청소년 시기부터 금융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금융 교육을 청소년 시기부터 실시하고 있다. 영국 연방정부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정의 수입과 지출 및 돈의 역할과 보관법 등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기 쉬운 실용적인 방식으로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 진출 전 청소년 시기엔 △부채의 종류와 활용 △연금 제도△임차 계약 과정 등 독립에 필요한 실질적 금융 지식 함양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청년들의 건강한 금융 생활을 위해 실효성 있는 금융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들이 적절한 금융이해력으로 건강한 금융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은희 기자 10kimeunhu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