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환대가 충만했던 따뜻함의 불가리아

등록일 2025년09월17일 23시5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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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부터 8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불가리아(Bulgaria)에 다녀왔다. 불가리아에 첫 발을 들인 후 약 일주일은 수도인 소피아(София)에 혼자 여행을 갔고 그 이후엔 벨리코 터르노보(Велико Търново) 지역의 벨리코 터르노보-성 키릴과 메토디 대학교(Великотърновския университет “Св. св. Кирил и Методий”)의 여름 세미나(Seminar)에 참여했다. 처음 공고를 봤을 땐 고민을 많이 했다. 불가리아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선 참여하고 싶었으나 아직 언어를 배운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적응할 수 있을지 크게 우려됐다. 그런데 교수님께선 많은 도움이 될 거라며 신청을 권유하셨고 나는 다소 낯선 나라로 떠나게 됐다.

 

사실 소피아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었다. 구 공산정권의 모습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건물의 모습이 색다르긴 했으나 아름답다고 하기엔 다소 낯선 모습이었다. 오히려 밤이 되면 분위기가 음산해져 조금 무섭기도 했다. 밤엔 활동을 자제하란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해 질 무렵이면 호텔로 바로 돌아갔다. 이곳에선 긴장한 채 유명한 정교회 건축물 몇 곳만 돌아다녔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벨리코 터르노보는 달랐다. 오랫동안 수도 역할을 했던 벨리코 터르노보는 우리나라로 치면 신라의 경주 같은 곳이다. △오밀조밀한 집△웃음으로 반겨주는 사람들△편하게 널브러진 고양이들△형형색색의 꽃. 정말 동화 같은 풍경이 있는 예쁜 도시였다. 만약 이곳에서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면 아센 기념비(Паметник Асеневци)가 보이는 곳을 추천한다. 골목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번화가가 있어 생활하기에 무척 편리하다. 번화가엔 △기념품점△식당△카페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리나라 식자재 마트의 존재였다. 규모는 조금 작았지만 △냉면△막걸리△소주△떡볶이 밀키트(Meal Kit)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다. 이런 식자재 마트뿐만 아니라 정말 작은 동네 슈퍼마켓(Supermarket)에서도 우리나라 라면을 팔았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에 대해 실감했다.

 

불가리아에서 가장 불편했던 건 교통수단이었다. 이곳에선 구글 지도가 무용지물이었기에 ‘Moovit’란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을 꼭 준비해야 했다. 이 앱에선 구글맵에 나오지 않는 대중교통 수단을 자세히 알려준다. 불가리아 대중교통엔 △버스(автобус)△트롤리 버스(тролейбус)△트램(трамвай)가 존재하는데 벨리코 터르노보에선 사실상 버스만 이용한다. 물론 택시(такси)도 존재한다. ‘TaxiMe’라는 앱이 가장 간편하며 사기 위험을 줄여준다. 다만 이 앱은 소피아에서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벨리코 터르노보에선 이용이 불가했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직접 택시 회사에 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잠시 여행을 온 우린 버스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불가리아 안에서 보낸 한 달은 정말 더웠다. 폭염 경보를 알리는 재난 문자도 수차례 받았고 우리나라보다 낮이 길어 힘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음식을 나눠주거나 도와주려는 마음들이 다정해서 좋았다. 우리나라가 한글을 창제한 것처럼 키릴 문자의 기원도 불가리아이기 때문인지 유독 친근감이 많이 드는 나라였던 것 같다. 마침 내년에 유로로 통화가 바뀌게 되니 다른 듯 닮은 점이 많은 이 나라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여행 가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불가리아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장미 화장품을 사용할 때면 불가리아가 그리워지곤 한다. 장미 와인 한 잔과 함께.

 

 

유나경 (국가전략그불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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